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판다고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이미 삼성물산 지분 39.9%를 갖고 있어서다. 또 우호주주인 KCC도 8.97%를 갖고 있다.
삼성 "두 달 내 순환출자 해소 촉박…공정위에 시한유예 요청할 것"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사업경쟁력 강화와 순환출자 해소를 목표로 계열사 사업 재편을 벌여왔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도 기존 10개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3개가 줄었다. 다만 남은 7개 중 3개는 강화됐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합병 전에 삼성SDI는 옛 삼성물산 주식 400만주와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를 갖고 있었는데, 두 회사 합병으로 삼성물산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삼성SDI가 가진 500만주를 매각해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유예기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법에 따르면 유예기간은 합병기일(지난 9월1일)을 기준으로 6개월 후인 내년 3월1일까지다. 앞으로 약 두 달 안에 500만주(시가 약 7300억원 규모)를 매각하면 시장도 충격을 받고 삼성물산 주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이 정도 주식이라면 기관투자가 대상의 블록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럴 경우 주관사를 정하고 상대를 찾는 데만 통상 몇 달이 걸린다. 게다가 1~5%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합병일인 9월1일 17만원이던 주가가 지난 24일 14만5500원까지 떨어진 가운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해소기간 연기를 신청하면 검토해보겠지만 관련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과거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2년 유예기간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SK, 두산 등에 대해 2년 유예기간을 추가로 부여한 사례가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