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개혁에 반대만 할 건가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 중인 노동개혁 5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야당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당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일부 투사 출신 의원들은 지나칠 정도로 반대로 일관한다. 노동자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정책에 대해선 그 제도가 실제로 근로자의 일자리와 기업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반대부터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 의원은 노동운동을 이념화시켜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내 강경파와 함께 ‘좌파수구세력’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해 시대가 변해도 과거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기 때문이다. 진보의 탈을 쓴 수구세력인 셈이다.

이들은 기업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해 인력운영의 유연화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경직적인 인력운영 시스템을 고집한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 이상으로 늘리고 파견기간의 제한을 없애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청년 실업률을 줄이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한국의 경영환경은 다르다며 눈을 돌린다. 일본에선 전국노동자연합과 전국노동자협의회 두 노동단체를 수구세력이라고 부른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개혁의 흐름에 둔감하고 과거에 주장했던 고율의 임금인상만을 고집하기에 붙여졌다. 이런 수구세력들의 주장은 터무니가 없어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連合)에서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지금 국내 노동계 입장은 노무현 정권 때인 10여년 전 비정규직법 도입을 위한 협상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고용노동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기간제 사용기간을 3년으로 하기로 합의했으나 노동계 반대에 부딪혀 2년으로 수정했다. 지금은 야당으로 변한 새정치연합이 2년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의 수구적이고 경직된 행태에 답답함을 느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노동개혁이 좌초되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고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법 개정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고 처우가 개선된다는 것에 장관직의 명예를 걸고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이다.

사실 독일은 2003년부터 시작된 하르츠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꾀하면서 11%가 넘는 실업률을 5년 만에 6%대로 낮췄다. 네덜란드 역시 파트타임 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법안을 1990년대 중후반 도입하면서 고용률을 5% 이상 높이며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런 선진국 사례는 노동시장 유연성만이 국내 고용문제를 해결할 핵심 정책으로 작용할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한다.

사실 정부의 노동개혁은 친(親)기업정책을 들고 나왔던 이명박 정권 때도 노동계와 야당의 눈치를 보느라 추진하지 못했다. 이제는 경영환경이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청년 고용절벽은 악화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고용시장은 동맥경화증이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과 노동을 대립적 개념으로만 생각해 노동개혁에 어깃장만 놓는다면 우리 기업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야당은 어둡기만 한 경제 환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용창출을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윤기설 < 한국폴리텍대 아산캠퍼스 학장 upyks@kopo.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