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지침' 긴급 좌담회'] "일반해고 지침은 노사간 오해 풀 해설서…절대 '쉬운 해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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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두터운 대기업 노조 '쉬운 해고' 주장 안맞아
해고는 노사 권력관계 아닌 지속가능 측면서 봐야
해고는 노사 권력관계 아닌 지속가능 측면서 봐야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국회로 넘어간 노동개혁 입법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중·장년 일자리 대책”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입법이 꼬이면서 정부가 올해 내놓기로 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에 관한 2대 지침도 표류하고 있다. 노동개혁 입법은커녕 행정부 권한인 지침도 못 내놓을 상황에 몰리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대타협 당시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전제하긴 했지만 노동계가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은 30일로 예정된 정부 토론회에 앞서 2대 지침을 둘러싼 문제점과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긴급 좌담회를 24일 열었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최종석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박기호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이 사회를 봤다.
▷박기호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노동개혁 2대 지침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거셉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노동계와 협의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습니다. 대타협에 명기한 대로 협의가 신속하고 원활히 되기를 바라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지침을 통해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당장 며칠 뒤인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에 대비해 장년 고용을 안정하고 청년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미 2013년 정년연장법이 통과될 때 합의한 문제입니다. 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문제도 노사가 준수해야 할 절차를 설명해주겠다는 정도입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고와 관련한 입법이 아니라 현행 법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의 지침은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사 간의 오해를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계에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데,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면 근로자가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두면 됩니다. 해고는 분명 어려운 문제지만, 지침 관련 논의가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혀 사실상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돼버린 측면도 큽니다. 노동계 대표로 나선 노동활동가로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문제도 논의를 어렵게 하는 부분일 겁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혔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침이 나오면 해고는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용어도 ‘저성과자’가 아니라 ‘업무 부적격자’라고 해야 할 것이고요. 업무 적격성이라는 것은 인사 평가가 상당 기간 누적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고와 관련해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결국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근로자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이 노사 각자가 경쟁력을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소장=정부 지침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합니까.
▷정 정책관=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 지침은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합니다. 업무 성과가 근로계약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진한 경우라도 그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런 평가가 나왔더라도 교육훈련이나 직무 재배치 등 개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도 안 될 때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정부는 이런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가이드북을 내겠다는 겁니다. 단언컨대 해고를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박 소장=정부 지침이 발표되면 해고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권 교수=지침의 역할은 왜곡된 해고제도를 바로잡는 데 있습니다. 대형 사업장과 달리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는 아직도 해고가 감성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음성적으로 아무런 구제 절차 없이 해고가 이뤄지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기업 노조에서 해고지침을 ‘쉬운 해고’라고 하는 것은 포커스가 안 맞는 얘기입니다. 법과 판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정부 지침이 나온다고 해서 해고가 쉬워지거나 어려워질 수는 없습니다.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할 겁니다. 노사 모두 지나친 걱정이나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해고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해설서인 셈입니다.
▷최종석 한경 전문위원=안내서 수준의 지침이라면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하면 될 텐데, 정부가 나서서 논란을 키운 것은 아닙니까.
▷권 교수=특정 해고가 불법이냐, 합법이냐만 다루는 것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지침을 내려는 것은 하나의 ‘담론(형성과정)’이라고 봅니다. 해고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력 관계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노사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인사평가 시스템 등을 개선할 자양분 역할을 할 겁니다. 지침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논의가 풍성해지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정리=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박기호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노동개혁 2대 지침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거셉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노동계와 협의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습니다. 대타협에 명기한 대로 협의가 신속하고 원활히 되기를 바라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지침을 통해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당장 며칠 뒤인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에 대비해 장년 고용을 안정하고 청년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미 2013년 정년연장법이 통과될 때 합의한 문제입니다. 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문제도 노사가 준수해야 할 절차를 설명해주겠다는 정도입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고와 관련한 입법이 아니라 현행 법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의 지침은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사 간의 오해를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계에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데,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면 근로자가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두면 됩니다. 해고는 분명 어려운 문제지만, 지침 관련 논의가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혀 사실상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돼버린 측면도 큽니다. 노동계 대표로 나선 노동활동가로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문제도 논의를 어렵게 하는 부분일 겁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혔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침이 나오면 해고는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용어도 ‘저성과자’가 아니라 ‘업무 부적격자’라고 해야 할 것이고요. 업무 적격성이라는 것은 인사 평가가 상당 기간 누적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고와 관련해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결국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근로자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이 노사 각자가 경쟁력을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소장=정부 지침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합니까.
▷정 정책관=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 지침은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합니다. 업무 성과가 근로계약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진한 경우라도 그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런 평가가 나왔더라도 교육훈련이나 직무 재배치 등 개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도 안 될 때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정부는 이런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가이드북을 내겠다는 겁니다. 단언컨대 해고를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박 소장=정부 지침이 발표되면 해고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권 교수=지침의 역할은 왜곡된 해고제도를 바로잡는 데 있습니다. 대형 사업장과 달리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는 아직도 해고가 감성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음성적으로 아무런 구제 절차 없이 해고가 이뤄지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기업 노조에서 해고지침을 ‘쉬운 해고’라고 하는 것은 포커스가 안 맞는 얘기입니다. 법과 판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정부 지침이 나온다고 해서 해고가 쉬워지거나 어려워질 수는 없습니다.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할 겁니다. 노사 모두 지나친 걱정이나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해고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해설서인 셈입니다.
▷최종석 한경 전문위원=안내서 수준의 지침이라면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하면 될 텐데, 정부가 나서서 논란을 키운 것은 아닙니까.
▷권 교수=특정 해고가 불법이냐, 합법이냐만 다루는 것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지침을 내려는 것은 하나의 ‘담론(형성과정)’이라고 봅니다. 해고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력 관계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노사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인사평가 시스템 등을 개선할 자양분 역할을 할 겁니다. 지침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논의가 풍성해지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정리=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