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명훈 감독 재계약 졸속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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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사회 안건 통보 후 규정 어기고 4일 만에 의결 시도
부인은 '박현정 막말' 조작 혐의
부인은 '박현정 막말' 조작 혐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정명훈 예술감독(사진)과의 재계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충분한 검증 없이 재계약 안건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28일 이사회를 연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지난해 말 정 감독 측과 갈등을 빚으며 사퇴한 뒤 정 감독 재계약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할 재계약 안건에는 정 감독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67)가 박 전 대표 사퇴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인 가운데 성급하게 재계약 안건을 상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항공권 혜택 확대·호텔료 조항 신설
서울시향은 정 감독과의 재계약 안건 처리를 위해 지난 24일 오후 6시 이사진에 이사회 안건을 통보했다. 28일 오전 7시30분 이사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서울시향의 이사회 운영 규정에는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안건을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다 연휴도 끼어 있어 급박하게 이사회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약 안건 내용도 문제다. 안건에는 △기존 기본급 2억7000만원, 지휘료 회당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정 감독의 보수를 무보수로 전환하는 대신 △한국 입출국 시 퍼스트클래스 왕복 두 장을 지급하던 항공권을 외국 내 이동에도 퍼스트클래스 한 장 지급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던 호텔 체류비용에 대해선 체류기간 동안 1급 호텔로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 안건에 따르면 기존의 기본급과 지휘료를 정 감독 개인에게 지급하지는 않고 단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에 기금으로 활용하게 돼 있지만 이는 시향 내 정 감독의 영향력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항공권 과다 청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 내 이동에 대해서도 항공권 지급 조항이 마련된 것에 대해 시향 측은 “기존과 달라진 바 없는 내용”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료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기존 해외 연주자에게도 제공하던 혜택”이라며 “무보수인 정 감독에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명훈 감독 부인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배포하도록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다. 이 사안은 28일 재단 이사회에서 진행될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 안건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성희롱과 인권 유린,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작년 12월23일 서울시 인권담당관실이 박 전 대표의 성추행·성희롱 의혹 일부가 사실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제기한 진정 사건과 직원들이 접수한 강제추행 사건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사태가 반전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11일 박 전 대표의 강제추행 혐의 등을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박 전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서울시향 직원 곽모씨(39)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감독 부인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을 위해 입건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해 말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 백씨도 최근 출산한 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당장 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서울시향은 28일 이사회를 연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지난해 말 정 감독 측과 갈등을 빚으며 사퇴한 뒤 정 감독 재계약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할 재계약 안건에는 정 감독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67)가 박 전 대표 사퇴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인 가운데 성급하게 재계약 안건을 상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항공권 혜택 확대·호텔료 조항 신설
서울시향은 정 감독과의 재계약 안건 처리를 위해 지난 24일 오후 6시 이사진에 이사회 안건을 통보했다. 28일 오전 7시30분 이사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서울시향의 이사회 운영 규정에는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안건을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다 연휴도 끼어 있어 급박하게 이사회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약 안건 내용도 문제다. 안건에는 △기존 기본급 2억7000만원, 지휘료 회당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정 감독의 보수를 무보수로 전환하는 대신 △한국 입출국 시 퍼스트클래스 왕복 두 장을 지급하던 항공권을 외국 내 이동에도 퍼스트클래스 한 장 지급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던 호텔 체류비용에 대해선 체류기간 동안 1급 호텔로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 안건에 따르면 기존의 기본급과 지휘료를 정 감독 개인에게 지급하지는 않고 단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에 기금으로 활용하게 돼 있지만 이는 시향 내 정 감독의 영향력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항공권 과다 청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 내 이동에 대해서도 항공권 지급 조항이 마련된 것에 대해 시향 측은 “기존과 달라진 바 없는 내용”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료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기존 해외 연주자에게도 제공하던 혜택”이라며 “무보수인 정 감독에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명훈 감독 부인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배포하도록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다. 이 사안은 28일 재단 이사회에서 진행될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 안건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성희롱과 인권 유린,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작년 12월23일 서울시 인권담당관실이 박 전 대표의 성추행·성희롱 의혹 일부가 사실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제기한 진정 사건과 직원들이 접수한 강제추행 사건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사태가 반전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11일 박 전 대표의 강제추행 혐의 등을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박 전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서울시향 직원 곽모씨(39)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감독 부인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을 위해 입건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해 말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 백씨도 최근 출산한 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당장 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