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포커스] '바람 잘 날 없는' 통합 삼성물산, '오버행' 우려까지
출범 4개월째 접어든 통합 삼성물산이 이번엔 대규모 대기물량(오버행) 이슈에 휩싸였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아서다.

28일 오전 9시30분 현재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3500원(2.41%0 하락한 1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흘째 하락세다. 개장 초에는 5% 넘게 빠지며 13만80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SDI 역시 2%대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주가 하락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따른 지분 매각 이슈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7일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내년 3월1일까지 7275억원(24일 종가 기준) 규모의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 처분해야 한다. 삼성SDI는 통합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4.73%)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보유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외 주식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500만주에 달하는 처분 물량을 빠르게 처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처분의 경우 블록딜 방식이 유력해보이지만 시한이 짧다는 게 변수"라며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매수나, 우호적인 관계인 KCC 등 백기사를 통한 처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처분 시한이다. 두 달여 남짓 남은 처분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대량 대기물량(오버행)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는 한편 처분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양 연구원은 "이번 달 삼성물산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35만주 수준인 점과 처분 시한인 내년 3월1일까지 남은 거래일이 약 40일인 점을 고려하면 물량 부담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삼성SDI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현금 확보라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잦은 사업 매각 등으로 본질적인 사업 정체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 10월에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케미칼 사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사업 매각으로 삼성SDI의 본질적인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 고조된다"며 "2013년 제일모직 패션 부문 분할,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 2015년 케미컬 부문 매각 등 반복되는 합병과 사업 매각은 투자자에게 있어 부정적인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