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나무 위의 군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나무 위의 군대’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의 비극적 삶을 그린 ‘하나코’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오키나와의 비극을 다룬 ‘나무 위의 군대’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하나코’(김민정 대본, 한태숙 연출)는 부모가 지어준 ‘꽃분’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이름 하나코로 살았던 소녀의 짓밟혀온 세월을 그렸다. 한분이 할머니는 70여년 전 캄보디아에서 함께 위안부 생활을 하다 헤어져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 등록을 한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자신이 조선인이고 위안부 출신이라 주장하며 친언니를 찾겠다고 나선 렌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렌 할머니는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한분이 할머니 역의 예수정과 렌 할머니 역의 전국향이 호흡을 맞춘다. 내년 1월10일까지, 3만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나무 위의 군대’는 일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원안을 후배 극작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2013년 초연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공격을 피해 올라간 나무 위에서 종전을 모른 채 2년을 숨어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 극은 전쟁에 질 것을 알고 있던 본토 출신 분대장과 자신의 고향인 섬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신병으로 설정된 두 군인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간의 존엄성, 오키나와의 슬픈 역사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9세기 일본에 병합된 오키나와는 2차대전 막바지에 일본에서 유일한 육상전이 벌어진 곳이다. 일본군은 옥쇄 작전을 펼치며 주민들에게 미군의 총알받이로 나서거나 자결할 것을 강요했다.

생전에 반전(反戰) 작가로 유명했던 이노우에는 2차대전을 소재로 전쟁을 망각한 일본인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한국 무대는 강량원 극단 동 대표가 연출했다. 중견 배우인 윤상화, 김영민 등 출연한다. 내년 2월26일까지, 3만5000~5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