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우조선과 서울대의 '윈-윈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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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
“이미 수십년 전 비슷한 모델을 구축한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대학과 산업계가 힘을 합쳐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서울대가 경기 시흥에 5만㎡ 규모의 산학 연구단지를 짓기로 합의했다는 28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를 보고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장이 기자에게 전한 소감이다. 김 학과장은 과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로 유학을 떠나기 전 조선사에서 5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평소 한국의 대학이 산업체와 연계가 부족한 점을 늘 아쉬워했다. 지난 9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과 함께 펴낸 《축적의 시간》에서 그는 “한국 대학은 인력 공급 외에는 조선업계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학과장의 말처럼 노르웨이와 미국, 네덜란드 등 해양산업 선진국들은 ‘산학(産學)이 따로 노는’ 한국과 달랐다. 기초적인 기술부터 산학이 함께 연구하며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왔다. 노르웨이 해양플랜트산업 발전을 이끈 ‘마린텍’이 대표적이다. 1913년 트론헤임에 세워져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텍은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등 대학과 선주협회, 선급협회 등 관련 업계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기업 DOF와 아커솔루션, 석유기업 스타토일 등이 여기에서 태동했다. 미국 텍사스 A&M대를 주축으로 1989년 휴스턴에 설립된 ‘해양기술연구센터(OTRC)’ 역시 테크닙, 마라톤오일, 다이아몬드오프쇼어, 셸 등 해양플랜트 기업과 석유회사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대규모 손실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에서 비롯됐다. 기본설계 등 기반 기술이 부족한 가운데 시공능력만 믿고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는 것이 학계와 산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대우조선이 뒤늦게나마 대학과 손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대도 25년 무상임대로 기업에 연구시설 부지를 제공하는 ‘파격’으로 화답했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 같은 시도를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
대우조선해양과 서울대가 경기 시흥에 5만㎡ 규모의 산학 연구단지를 짓기로 합의했다는 28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를 보고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장이 기자에게 전한 소감이다. 김 학과장은 과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로 유학을 떠나기 전 조선사에서 5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평소 한국의 대학이 산업체와 연계가 부족한 점을 늘 아쉬워했다. 지난 9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과 함께 펴낸 《축적의 시간》에서 그는 “한국 대학은 인력 공급 외에는 조선업계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학과장의 말처럼 노르웨이와 미국, 네덜란드 등 해양산업 선진국들은 ‘산학(産學)이 따로 노는’ 한국과 달랐다. 기초적인 기술부터 산학이 함께 연구하며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왔다. 노르웨이 해양플랜트산업 발전을 이끈 ‘마린텍’이 대표적이다. 1913년 트론헤임에 세워져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텍은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등 대학과 선주협회, 선급협회 등 관련 업계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기업 DOF와 아커솔루션, 석유기업 스타토일 등이 여기에서 태동했다. 미국 텍사스 A&M대를 주축으로 1989년 휴스턴에 설립된 ‘해양기술연구센터(OTRC)’ 역시 테크닙, 마라톤오일, 다이아몬드오프쇼어, 셸 등 해양플랜트 기업과 석유회사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대규모 손실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에서 비롯됐다. 기본설계 등 기반 기술이 부족한 가운데 시공능력만 믿고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는 것이 학계와 산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대우조선이 뒤늦게나마 대학과 손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대도 25년 무상임대로 기업에 연구시설 부지를 제공하는 ‘파격’으로 화답했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 같은 시도를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