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승진자 43% R&D 인력…공채출신 첫 여성임원 배출
현대자동차그룹은 28일 ‘201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3대 원칙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진 폭을 줄이는 형태로 내실 경영을 강화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사업을 이끌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연구개발(R&D) 임원을 중용했다. 최초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배출하는 등 성과 중심의 인사 원칙도 유지했다.

제네시스 전담 조직 강화

현대차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 수를 최소화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시행한 2012년 정기인사 이후 가장 적은 368명이었다. 전체 승진자 수는 지난해보다 15% 줄었고, 고위 임원일수록 감소폭이 더 컸다. 작년과 비교해 전무 승진자 수가 44명에서 29명으로 34%, 부사장 승진자 수는 17명에서 8명으로 53% 줄었다.
현대차그룹, 승진자 43% R&D 인력…공채출신 첫 여성임원 배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올해는 작년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해 승진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선 과감하게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고성능차 총괄에 임명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해외 우수인재 두 명을 영입했다. 지난달 선보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우선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수석디자이너(50)를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에 임명했다. ‘올해 유럽 디자인상’을 포함해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15회 받은 동커볼케 전무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과 제네시스 디자인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람보르기니 브랜드총괄(52)을 제네시스 전략담당(전무)으로 영입했다.

미래 기술을 개발할 R&D부문도 강화했다. 올해 R&D부문 임원 승진자는 158명으로 전체 승진자 중 가장 많은 42.9%를 차지했다.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 선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수석연구위원 1명과 연구위원 3명도 새로 선임했다. 박종술 수석연구위원(51·전무급)은 특허 200여건을 낸 변속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연구위원 제도는 R&D 전문가가 관리 업무 부담을 덜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2009년 처음 도입됐다.

발탁 승진으로 고성과자 우대

이번 인사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임원들이 중용됐다. 왕수복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장(53)은 위기 속에서 중국 사업 기반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보신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담당(58)도 파워트레인 기술을 개선한 성과로 부사장이 됐다.

김승진 현대·기아차 글로벌미래전략TFT장(47)은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40대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여성 2명도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안현주 현대·기아차 IT기획실장(43)은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현대차 공채 출신으로 처음 여성 임원이 됐다.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안 이사대우는 현대·기아차의 판매정보화지원팀장과 정보화전략팀장 등을 거치며 현대차그룹 내에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입지를 굳혀왔다. 이주연 현대캐피탈 디지탈신사업실장(40)은 마케팅과 신사업 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사대우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성과 위주의 발탁 인사도 많았다. 신규 임원 134명 중 23.9%인 32명이 연차와 관계없이 발탁 인사를 통해 처음 임원이 됐다.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업무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임원 승진자를 선별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기술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성과 중심의 인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정인설/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