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맥] 성공하는 CEO의 조건은 '인간에 대한 이해'
‘경영의 신’이란 칭호를 받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을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했다. 경영의 진짜 핵심을 찌른 이야기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사람을 움직여 가치를 창조하는 업(業)’이다. 다른 말로, 사람의 가동률을 높이는 일이다. 기계의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기술자가 그 기계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듯이 사람의 가동률을 높이고자 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면 이상하다.

매우 영리하고 부지런한 CEO 중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이 때문이다.
[경영의 맥] 성공하는 CEO의 조건은 '인간에 대한 이해'
사람의 생산성은 그 사람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직원이 마음에 어떤 생각, 어떤 열정, 어떤 고민을 가지고 일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5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벌어들인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을 개발한 임원은 둘 다 주어진 근무시간을 다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은 한마디로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가치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인(動因)이다. 인간은 때로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사랑도, 가족도, 꿈도, 행복도, 분노도 다 희생한다. 폭탄 자살 테러범이 그렇고 유관순이 그랬고 만델라가 그랬다.

이 세상 모든 CEO는 직원이 자기 일에 몸 바쳐 헌신해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온갖 기법을 쓴다.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고 공포감으로 어르기도 하고 사랑으로 추스르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CEO들은 그런 것보다 ‘가치’를 활용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가치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존재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에 모든 걸 거는 존재

‘가치를 활용’하는 경영을 ‘가치관 경영’이라 부른다. 가치관 경영이란 한마디로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단순히 돈 버는 장소 이상으로, 즉,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로 생각하도록’ 하며 경영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큰 병원을 짓는 건설 공사판의 벽돌공들은 스스로를 주어진 일을 해 주고 하루 일당을 받아 가는 무의미한 존재로 치부하며 무심하게 일한다. 그 사람에게 일당 이외의 다른 가치란 없다. 그럴 때 공사장 감독이 그 노동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짓고 있는 이 건물은 앞으로 큰 병원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여기에 와서 치유돼 행복을 얻어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이 말을 수긍하는 순간 이 노동자는 자신을 단순히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일하는 존재에서 가치를 실현하는 존재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일하는 자세가 변하게 된다. 직원 모두가 이런 식으로 의미를 느끼는 순간 직원들의 마음이 합쳐지고 일관성이 생기며 한마디로 조직이 건강해진다. 이런 것이 바로 ‘가치관 경영’이다.

그렇다면 가치관 경영을 하는 CEO는 어떻게 그것을 하는 것일까? 크게 4단계를 거쳐 실행한다.

1단계는 ‘가치관 발견 단계’다. 한마디로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사명)와 꿈(비전)을 발견하는 단계다. 그리고 그 존재 이유와 꿈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해야 할 것인가(핵심가치)를 발견한다. 흔히들 가치관을 ‘수립’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수립이라기보다는 ‘발견’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발견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왜 이 병원을 짓고 있는가’가 그 첫 질문이다. ‘이 세상에서 아픈 사람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첫 발견이다.

2단계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단계다. 가치관은 명령할 수 없는 것이다. 직원들이 그것을 진심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관 체계 내에 어떤 수긍할 만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큰 병원을 짓는 이유가 이 세상에서 아픈 사람의 수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아마도 ‘튼튼하고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짓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아마도 ‘정확하고 정직한 시공, 빈틈없는 마무리’가 아닐까. 이런 식으로 누가 들어도 수긍할 수 있는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가치관 정립 작업이다.

조직의 존재이유 발견이 중요

그러고는 직원들로 하여금 토론을 통해 그 가치관을 실행하려면 자신들이 실천해야 할 ‘행동 약속’을 정하게 한다. 예를 들어, ‘정확하고 정직한 시공, 빈틈없는 마무리’란 ‘용접을 하고 나면 반드시 용접 부위를 두 번 이상 재점검한다’, 또는 ‘동료가 수행한 작업에서 하자가 발견될 때는 반드시 이를 그 작업자에게 알려 수정하도록 하고 만일 하지 않으면 감독관에게 알려야 한다’는 등의 각종 행동 수칙을 정하는 것이다.

3단계는 ‘가치관 제도화’ 과정이다. 제도화란 만들어진 행동 약속을 고과기준에 반영하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채용, 육성, 보상 등 인사활동의 모든 면 그리고 구매, 영업 등 모든 활동에 반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모든 직원의 업무 수행 방식이 가치관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 4단계는 ‘가치관의 생활화 단계’다. 이것은 리더들이 소위 ‘가치관 기반 리더십’을 행사함으로써 이뤄진다. 가치관 기반 리더십이란 리더들이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부하들에게, 매일 칭찬과 질책을 하고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자신이 부하를 칭찬하고 질책하고 동기부여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이를 ‘행동약속 사례집’으로 집대성해서 계속 전수되도록 한다.

가치관 경영의 힘 보여준 알리바바

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소위 ‘위대한 기업’ 18개를 조사해 보았더니 거의 전부가 다 이런 가치관 경영을 하고 있었다. 개발도상국 중국에서 21세기에 혜성같이 떠오른 알리바바는 가치관 경영에 매진해 온 대표적 기업이다.

대한민국 CEO 여러분, 당신은 혹시 인센티브와 공포로만 직원들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가? 눈을 부릅뜨고 인간을 한번 들여다보라!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전성철 <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