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막바지 피고인 신문서 답변…"3천만원 받은 적 없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65) 전 총리가 재판 막바지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지목한 날 그를 만난 기억이 없으며 3천만원을 받은 적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사건 당일 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당일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솔직히 그날 개청식에서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과 날씨가 좀 더웠다는 기억 말고는 다른 기억이 없다"며 "다만, 충남도청 개청식이니 충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왔을 거라는 점에서 성 전 회장이 왔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사건 당일 성 전 회장 차량이 부여를 들른 고속도로 통행정보를 보이며 "그가 왜 부여에 왔다고 생각하느냐"고 거듭 추궁했지만, 이 전 총리는 "짐작을 못하겠다.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날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 등을 만난 기억도 없느냐고 묻자 "그들을 만났다는 것은 내게 유리한 진술인데도 검찰 조사에서 그런 말을 못했다.

기억이 안 났고 현재도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날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쇼핑백을 받았는지, 3천만원을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전 총리가 검찰 조사에서 '의원들끼리 선거사무소를 방문할 때에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품앗이'로 20만∼100만원의 촌지나 음료수 상자, 과일 등을 가져온다'고 진술한 내용을 들어 검찰이 "성완종이 품앗이로 도우려 3천만원을 준 것 아니냐"고 묻자 "품앗이로 3천만원을 줄 수 있겠나.

품앗이는 20만∼30만원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생전 1년간 이 전 총리에게 100여차례 전화했다는 언론 보도를 들어 친밀한 사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 전 총리는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건 경우가 많았고 당시 비서진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며 대신 받아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뒤 나중에 몇 차례 통화한 게 전부다"라며 딱히 친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에게서 상자에 포장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올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5일 성 전 회장과 마지막 인터뷰를 한 경향신문 기자를 불러 증인신문을 한 뒤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