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도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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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인도 사람들은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운다. 12×17은 204라고 금방 답한다. 베다수학 곱셈법 덕분이다. 숫자에 밝은 사람이 많아서일까. 인도인은 고대부터 중개무역에 능했다. 기원전 6세기에 동서양 무역로를 장악하며 부를 쌓았다. 후추를 비롯한 향료의 대부분이 뱃길의 중심인 인도를 거쳐야 했으니 돈이 흘러넘쳤다.
장사뿐만 아니라 옷감 짜는 기술과 염색술까지 뛰어났다. 면직공업 중심지인 아마다바드는 영국 식민지 시절 ‘동양의 맨체스터’로 불렸다. 이들은 영국이 아프리카에 철도를 놓을 때마다 새로 생긴 역에 생필품 가게를 열면서 ‘검은 대륙’의 상권을 장악했다. 케냐 상권의 80%, 탄자니아의 70%, 우간다의 50%를 인도인이 쥐고 있다. 인도 상인은 유대, 중국, 아랍 상인과 함께 세계 4대 상인으로 불린다.
인도 상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북서쪽 해안 지역의 구자라트 사람들이다. 우리로 치면 개성상인쯤이랄까. 인도 영화에 등장하는 상인은 어김없이 이곳 사람들로 묘사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이곳은 인도 전체 인구의 5%밖에 안 되지만 수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3대 부자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 이들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돈을 주무른다. 미국에 있는 호텔 셋 중 하나, 약국의 절반을 이들이 경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인도인의 4분의 1도 구자라트 출신이다.
이들의 특별한 사업가 기질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뛰어난 셈법뿐만 아니라 지리, 종교적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중동·아프리카·유럽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라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17세기 영국이 동인도주식회사를 이곳에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원전 6세기 힌두교의 카스트제도와 형식주의에 반기를 들고 출범한 자이나교의 정직·신뢰·검소 정신도 한몫했다. 서양의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를 꽃피운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엊그제 세계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기업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주(州)는 구자라트로 나타났다. 모디 총리가 12년간 주지사를 지내며 외국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투명성을 높인 결과라고 한다. 온라인 세금 납부, 건축허가 간소화, 전기 등 신속한 인프라 구축 등 개혁적인 조치도 높게 평가받았다.
이곳은 남한의 두 배가 넘는 면적에 인구가 5000만명이나 된다. 간디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발빠른 사업가들이라면 눈빛을 반짝일 만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장사뿐만 아니라 옷감 짜는 기술과 염색술까지 뛰어났다. 면직공업 중심지인 아마다바드는 영국 식민지 시절 ‘동양의 맨체스터’로 불렸다. 이들은 영국이 아프리카에 철도를 놓을 때마다 새로 생긴 역에 생필품 가게를 열면서 ‘검은 대륙’의 상권을 장악했다. 케냐 상권의 80%, 탄자니아의 70%, 우간다의 50%를 인도인이 쥐고 있다. 인도 상인은 유대, 중국, 아랍 상인과 함께 세계 4대 상인으로 불린다.
인도 상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북서쪽 해안 지역의 구자라트 사람들이다. 우리로 치면 개성상인쯤이랄까. 인도 영화에 등장하는 상인은 어김없이 이곳 사람들로 묘사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이곳은 인도 전체 인구의 5%밖에 안 되지만 수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3대 부자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 이들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돈을 주무른다. 미국에 있는 호텔 셋 중 하나, 약국의 절반을 이들이 경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인도인의 4분의 1도 구자라트 출신이다.
이들의 특별한 사업가 기질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뛰어난 셈법뿐만 아니라 지리, 종교적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중동·아프리카·유럽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라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17세기 영국이 동인도주식회사를 이곳에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원전 6세기 힌두교의 카스트제도와 형식주의에 반기를 들고 출범한 자이나교의 정직·신뢰·검소 정신도 한몫했다. 서양의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를 꽃피운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엊그제 세계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기업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주(州)는 구자라트로 나타났다. 모디 총리가 12년간 주지사를 지내며 외국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투명성을 높인 결과라고 한다. 온라인 세금 납부, 건축허가 간소화, 전기 등 신속한 인프라 구축 등 개혁적인 조치도 높게 평가받았다.
이곳은 남한의 두 배가 넘는 면적에 인구가 5000만명이나 된다. 간디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발빠른 사업가들이라면 눈빛을 반짝일 만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