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여의도 100배 면적의 논이 줄어든다. 묵은 쌀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공급 과잉으로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일 이같은 내용의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변하면서 국내 쌀 소비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하지만 벼 재배면적은 그만큼 감소하지 않았다. 쌀 공급 과잉이 극심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28만의 쌀이 초과 공급됐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4만이 남아돌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풀 근본적인 열쇠는 생산량 조절에 있다고 봤다. 전국 79만9000㏊였던 벼 재배면적을 내년에는 76만900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감소 면적인 3만㏊(300㎢)는 여의도(2.9㎢)의 100배를 넘는다.

재배면적을 줄일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정부 소유의 농지를 벼가 아닌 콩 등 타작물 재배 농가 위주로 임대하기로 했다. 간척지에 벼 이외 작물을 심으면 임대료를 인하한다. 시설·장비 등을 지원받는 경영체엔 전체 논 면적의 10~20%에 벼 이외 작물을 심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농식품부는 2018년엔 지금보다 벼 재배면적이 약 8만800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부터는 벼 생산조정제 도입도 검토한다.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2003년과 2010년 두차례 3년짜리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한 적 있다. 2010~2013년 사업에서는 1㏊당 300만원이 지원됐다. 생산조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이를 재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쌀 변동직불제도 내년 중 개선하기로 했다. 쌀 변동직불제는 벼 생산비용 대부분을 보전해 줘 농민들이 논농사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쌀 수요 확대에도 나선다. 막걸리 등 쌀로 만든 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막걸리에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쌀만 썼을 때 품질을 인증해주는 ‘막걸리 순수령’을 시행한다. 소규모 탁주·약주·청주 제조면허도 도입한다. 고품질 수제 술을 유행시켜 쌀 소비를 늘리겠다는 목적이다. 고품질·기능성 쌀을 생산하는 수출용 쌀 재배단지는 수출전문단지로 육성한다. 내년 중 7곳을 지정한다. 쌀 10만의 가공용 판매가격은 인하된다. 저소득층 대상 복지용 쌀 판매가격도 20% 내린다.

생산량 조절과 수요 확대만으로는 재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이미 정부 창고에 136만 가량의 묵은 쌀이 쌓여있다. 보관비용만도 막대해 이 재고부터 처리해야한다. 농식품부는 2012년도 쌀 9만4000을 내년 중 가축 사료용으로 공급키로 했다. 정부가 쌀을 사료용으로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경태 농식품부 차관보는 “쌀 소비를 아무리 늘려도 2012년 묵은 쌀은 식용으로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쌀 재고를 2018년까지 80만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제시한 적정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재고관리 비용이 연간 3000억원 절감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