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패스 직원들이 일과를 시작하기 전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네패스 제공
네패스 직원들이 일과를 시작하기 전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네패스 제공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네패스의 서울사무소. 오전 8시20분이 되자 직원들이 하나둘 회의실로 모였다. 이들은 ‘아아’ 목을 풀더니 악보를 펴고 연주자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첫 곡이었다. 직원들은 30분 동안 ‘말하는 대로’ ‘Love Love Love’ 등 총 3곡을 불렀다.

네패스의 하루는 노래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서울사무소를 포함해 충북 오창 등 전국 7개 공장에 있는 직원 2000여명은 각 사업장 1층에 모인다. 200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부른 노래만 100곡이 훌쩍 넘는다. 노래 부르기는 이병구 네패스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조직이 커지면서 직원 간 소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협업을 피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이 ‘한 방향’을 보게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다 합창을 시도했다”며 “노래를 하는 30분은 서로 모르던 임직원끼리 안면을 트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네패스 직원들은 조를 나눠 한 주에 한 번씩 독서 토론도 한다. 한 명이 발제를 하고 두 명이 키워드를 뽑아 이를 자기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 발표한다. 이후 1시간 정도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된다. 이달의 책은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과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왜 일하는가’이다. 이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는 “합창과 독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네패스만의 무기”라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