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호황 이끈 '3저(低)'…올핸 '불황 3재(災)'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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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산유국 재정위기…주력산업 수출 위축 불러
가계부채만 늘린 저금리…좀비기업 연명 수단 돼
엔화가치 더 떨어져…원저 약발도 안 통해
가계부채만 늘린 저금리…좀비기업 연명 수단 돼
엔화가치 더 떨어져…원저 약발도 안 통해
한국 경제에 축복으로 여겨졌던 저금리, 저유가, 원저 등 ‘신(新)3저(低)’ 변수가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엔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등 ‘3저 현상’ 덕에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기업과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요인임에도 세계적인 수요 부진으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계부채와 좀비기업을 늘리고, 조선 해운 철강 등 주력 산업 부진을 초래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역오일 쇼크 부메랑
기획재정부는 저유가가 국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초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유가 하락은 분명히 호재”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1980년대 국내 무역수지 흑자 전환의 밑천이 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 경제에서 유가 하락은 기업엔 생산비용 절감으로, 가계엔 구매력 증대로 이어졌다.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렸고, 가계는 늘어난 구매력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렸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축복으로 기대됐던 저유가가 신흥국, 산유국의 경기 부진을 초래해 우리 기업의 수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아쉬워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50달러대에서 30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다. 이런 저유가가 불황의 그늘 속에서 기대했던 가계의 구매력 증대나 기업의 생산·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재정 위기를 맞은 산유국들이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를 발주하지 않으면서 조선 건설 등 한국 주력 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고전 중이다. 이른바 ‘역(逆)오일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에 갇힌 저금리 효과
저금리도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중순까지 연 2.5%였던 기준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연 1.5%까지 인하했다.
과거 저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 즉각적으로 투자나 소비 증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저금리는 되레 가계부채를 12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계기업들의 연명만 도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 부총리는 “저금리로 늘어난 기업부채가 생산적인 활동에 쓰였으면 좋을 텐데 좀비기업이 연명하는 수단이 됐다는 건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엔저에 가려진 원저
낮은 원화가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이 양적 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후 원화가치는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 3분기 평균 달러당 1169원으로 2014년 1분기(1069원) 대비 8.6% 올랐다. 원화가치는 그만큼 내려간 것이다. 원화값 하락은 일반적으로 수출에 호재다.
그러나 올해는 원저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가치가 같은 시기 달러 대비 15.9% 급락하는 바람에 엔화에 대한 원화값은 비싸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플라자 합의 직후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한국 수출에 효자 역할을 했던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원화는 올해 강세였다”며 “일본 중국 유럽 등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의 달러 대비 원저는 국내 기업들의 외채 부담을 늘려 투자 여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조진형/김유미 기자 u2@hankyung.com
◆역오일 쇼크 부메랑
기획재정부는 저유가가 국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초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유가 하락은 분명히 호재”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1980년대 국내 무역수지 흑자 전환의 밑천이 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 경제에서 유가 하락은 기업엔 생산비용 절감으로, 가계엔 구매력 증대로 이어졌다.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렸고, 가계는 늘어난 구매력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렸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축복으로 기대됐던 저유가가 신흥국, 산유국의 경기 부진을 초래해 우리 기업의 수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아쉬워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50달러대에서 30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다. 이런 저유가가 불황의 그늘 속에서 기대했던 가계의 구매력 증대나 기업의 생산·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재정 위기를 맞은 산유국들이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를 발주하지 않으면서 조선 건설 등 한국 주력 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고전 중이다. 이른바 ‘역(逆)오일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에 갇힌 저금리 효과
저금리도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중순까지 연 2.5%였던 기준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연 1.5%까지 인하했다.
과거 저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 즉각적으로 투자나 소비 증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저금리는 되레 가계부채를 12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계기업들의 연명만 도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 부총리는 “저금리로 늘어난 기업부채가 생산적인 활동에 쓰였으면 좋을 텐데 좀비기업이 연명하는 수단이 됐다는 건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엔저에 가려진 원저
낮은 원화가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이 양적 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후 원화가치는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 3분기 평균 달러당 1169원으로 2014년 1분기(1069원) 대비 8.6% 올랐다. 원화가치는 그만큼 내려간 것이다. 원화값 하락은 일반적으로 수출에 호재다.
그러나 올해는 원저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가치가 같은 시기 달러 대비 15.9% 급락하는 바람에 엔화에 대한 원화값은 비싸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플라자 합의 직후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한국 수출에 효자 역할을 했던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원화는 올해 강세였다”며 “일본 중국 유럽 등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의 달러 대비 원저는 국내 기업들의 외채 부담을 늘려 투자 여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조진형/김유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