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박삼구 '백기사'로 나서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사진)이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개인 자격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 ‘백기사’로 참여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기업이 지난 29일 채권단에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한 가운데 금호기업 출자자 명단에 허 회장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출자 금액은 10억원이다.

금호기업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개인 출자자는 허 회장과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큰딸인 임세령 대상 상무 등 두 사람밖에 없다. 임 상무는 50억원가량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상무는 박 회장의 외조카다.

허 회장의 개인적 참여는 의외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이 금호기업 주주로 참여했지만 GS는 주력 계열사의 성장성이 둔화된 상태”라며 “그룹 차원에서 박 회장 측의 출자 요청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이 오너 일가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것도 허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출자에 나선 것은 경제계 수장으로서의 위상과 박 회장과의 친분 등을 감안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경영진 7명은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인수금융(기업 인수용 대출)을 맡은 NH투자증권에 이례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기업의 이자 연체나 경영 부실 등 이유로 채권자가 만기 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