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2008년처럼 분양시장 붕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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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
연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올해 초와 사뭇 다르다. 연초만 해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지만 지금은 암울한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항상 그랬듯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는 쉽게 변한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주택 공급 과잉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직후의 양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규모 주택 미분양에 이은 건설업체 줄도산에 대한 우려다. 부동산값 급락 사태를 경험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불안감은 더 큰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시장 환경, 금융위기 때와 달라
꼼꼼히 뜯어보면 그때와 지금의 시장 환경은 많이 다르다. 누적 미분양 물량부터 차이가 난다. 2009년엔 미분양 물량이 16만5599가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분양 주택은 일시적으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4만9724가구로, 최고치의 30% 수준이다. 2008년엔 미분양 물량의 70% 이상이 중대형(전용면적 85㎡ 이상)이었다. 지금은 85%가 중소형(전용면적 85㎡ 미만)이다. 최악의 경우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은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조금만 낮춰도 팔려 나간다. 인구구조 변화, 관리비 부담 등으로 구조적으로 팔리기 어려운 중대형과 다르다.
2000년대 중후반엔 아파트 공급 과잉이 여러 해 누적됐지만 분양 물량이 급증한 건 올해뿐이다. 앞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간 건설회사들은 내년에 올해(42만여가구)보다 24% 줄어든 3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마저도 다 공급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도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건이 나빠져 분양 계획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적정 물량(27만가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008년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2% 수준이었다. 서울 전세가율은 38%에 불과했다. 전세 가격이 사용가치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집값에 거품이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급등한 전세가율이 시장 버팀목
이달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역대 최고인 73.7%(서울 73%)다.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부족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높은 전세가율은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한다. 분양권 계약자들이 2008년 때처럼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의 70% 이상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집값이 전셋값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정책에도 차이가 난다. 2000년대 중후반엔 집값 잡기가 주요 정책 목표였다. 2기 신도시를 대거 지정하고, 세금을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조였다. 지금은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적정 수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공급 과잉과 집값 거품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일시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이 변곡점을 맞으면 엇갈리는 전망이 난무한다. 분위기에 휘둘리기보다 시장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
항상 그랬듯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는 쉽게 변한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주택 공급 과잉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직후의 양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규모 주택 미분양에 이은 건설업체 줄도산에 대한 우려다. 부동산값 급락 사태를 경험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불안감은 더 큰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시장 환경, 금융위기 때와 달라
꼼꼼히 뜯어보면 그때와 지금의 시장 환경은 많이 다르다. 누적 미분양 물량부터 차이가 난다. 2009년엔 미분양 물량이 16만5599가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분양 주택은 일시적으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4만9724가구로, 최고치의 30% 수준이다. 2008년엔 미분양 물량의 70% 이상이 중대형(전용면적 85㎡ 이상)이었다. 지금은 85%가 중소형(전용면적 85㎡ 미만)이다. 최악의 경우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은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조금만 낮춰도 팔려 나간다. 인구구조 변화, 관리비 부담 등으로 구조적으로 팔리기 어려운 중대형과 다르다.
2000년대 중후반엔 아파트 공급 과잉이 여러 해 누적됐지만 분양 물량이 급증한 건 올해뿐이다. 앞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간 건설회사들은 내년에 올해(42만여가구)보다 24% 줄어든 3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마저도 다 공급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도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건이 나빠져 분양 계획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적정 물량(27만가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008년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2% 수준이었다. 서울 전세가율은 38%에 불과했다. 전세 가격이 사용가치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집값에 거품이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급등한 전세가율이 시장 버팀목
이달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역대 최고인 73.7%(서울 73%)다.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부족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높은 전세가율은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한다. 분양권 계약자들이 2008년 때처럼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의 70% 이상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집값이 전셋값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정책에도 차이가 난다. 2000년대 중후반엔 집값 잡기가 주요 정책 목표였다. 2기 신도시를 대거 지정하고, 세금을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조였다. 지금은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적정 수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공급 과잉과 집값 거품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일시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이 변곡점을 맞으면 엇갈리는 전망이 난무한다. 분위기에 휘둘리기보다 시장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