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한국관광이 다시 일본을 딛고 서려면
장기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제조업 침체 속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산업은 서비스산업, 그중에서도 관광산업이다. 지난 11월 개최된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3국 간 인적교류를 3000만명으로 늘리고, ‘동아시아 방문캠페인’ 같은 공동마케팅을 추진키로 논의한 것은 관광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때마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동북아에서 연이은 메가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3국 간에는 관광부문에서의 협력 못지않게 경쟁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국인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정부 출범 이후 관광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정하고 비자제도 개선, 쇼핑편의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규모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低)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중국관광객 등 외래관광객 유치 증가세가 놀라울 정도다. 그 결과 올해 한국은 외래객 유치에서 일본에 역전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은 외래객 유치에서 2009년 일본을 처음으로 앞지른 이후 우위를 지켜왔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관광진흥법을 정비하고 다각적인 정책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더욱 신경 써 대역전을 이뤄야 하는 분야가 또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자세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1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총 1060건의 불편신고건수 중 쇼핑, 교통(택시, 공항, 항공, 철도, 선박, 버스, 콜밴 포함), 숙박, 음식점 등 관광객을 맞이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관광불편건수가 763건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한국이 웃으면 세계가 웃어요’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K스마일 캠페인은 ‘2016~2018 한국방문의 해’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의 환대의식을 높이고 범국가적 친절문화를 확산, 정착시키기 위한 캠페인이다. 무엇보다도 교통, 숙박, 음식, 쇼핑 등 관광객 접점에서 예사롭게 행해지는 바가지와 불친절 등 관광객 불편사항을 우선 바로잡자는 것이다. 미소로 손님을 맞자는 차원을 넘어, 관광객 수용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해외여행 추세가 깃발을 따라 움직이는 단체관광에서, 온라인상에서 개인이 직접 정보를 얻고 예약해서 방문하는 개별 여행 형태로 바뀌는 것도 이 캠페인의 배경이다. 관광공사의 2014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방한 외래객 중 개별 관광객 비중은 75.1%에 달했다.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코스를 단체로 이동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혼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개별 관광객들에 의해 다양한 관광불편 요인들이 불거지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었던 도시 뒤편이라든지, 지방 길거리에서도 중국어나 일본어 대화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관광지가 다변화했다는 기쁜 마음보다는 미흡한 수용태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게 사실이다.

해외를 방문하는 개별 여행자들은 자국과는 다른 이국적 풍광과 문화를 즐기면서도 낯선 환경에서 불편함에 맞닥뜨리면 더욱 당황하게 된다. 투숙객에게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며 전문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세계 유수 호텔들이 추구하는 신조가 ‘내 집과 같은 편안함(home away from home)’이 아닌가. 어렵게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만끽하고자 찾아올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치 당시의 절박했던 마음을 담아서 제대로 된 ‘한국적인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그 어떤 정책, 마케팅보다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정창수 < 한국관광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