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최민경(22)은 ‘남달라’ 박성현(22·넵스)의 절친이다. 소년처럼 털털한 성격도, 170㎝대의 큰 키도 비슷하다. 260~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도 닮았다. 다른 게 하나 있다. 박성현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머쥐며 ‘신데렐라’로 떴다. 박성현보다 1년 일찍 프로자격을 따낸 최민경은 지난해에도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었다. 5년째다. 그는 “나도 언젠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열망이 점점 커졌다”고 했다.
골프 미생들 "내가 KLPGA 신데렐라"
◆독 오른 신인들…“우릴 주목하라”

멀어져가던 꿈이 그에게 다시 손짓했다. 2부 투어 상금 상위랭커 6명에게 주는 2016년도 1부 투어 풀시드(1년간 전 대회 출전권)를 5등으로 따냈다. 오는 3일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라며 “모든 걸 걸겠다”고 했다.

‘무서운 신인’들이 올 시즌 KLPGA 무대에 뜬다. 키 179㎝의 KLPGA 최장신 박지연(20·삼천리)을 비롯해 김아림(20) 정슬기(20) 곽보미(23) 최민경 김정수(20·CJ오쇼핑) 등 6인의 ‘골프 미생(未生)’이다.

‘지옥의 캠프’ 2부 투어에서 ‘담금질’을 마친 만큼 실력은 남부럽지 않다. 대다수가 키 170㎝를 넘다 보니 시원시원한 장타를 특기로 내세우는 선수가 많다.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왕(4승) 박지연은 270야드 안팎의 장타를 날린다. 평균타수(70.61) 1위인 그는 지난달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2016시즌 개막전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서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차세대 스타로 예약을 마쳤다. 박지연은 “모든 샷에 골고루 자신 있다. 평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이 목표”라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농구 육상 태권도에 능한 만능 스포츠우먼 김아림은 ‘샷 메이킹’의 달인이다. 역시 큰 키(175㎝)를 활용, 드로샷과 페이드샷의 높낮이까지 마음대로 조절해 동료들 사이에선 ‘테크니션’으로 불린다. 그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최종 목표는 LPGA”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골프 미생들 "내가 KLPGA 신데렐라"
◆전화번호까지 바꾸며 훈련

정슬기는 정확성에 자신있다. 페어웨이와 그린적중률이 모두 75%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루 17시간씩 쇼트게임 정확도 높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올해 꼭 시드를 유지해 동갑내기인 김효주 고진영 백규정처럼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곽보미와 김정수도 3월로 예정된 첫 대회 출전을 위해 각각 태국과 필리핀에서 특별훈련에 들어갔다. 곽보미는 “100야드 안팎의 웨지샷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는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훈련에만 몰두해 달라져 돌아오겠다”고 했다.

2부 투어는 K골프의 ‘화수분’이다. 1부 투어로 가기 위한 처절한 경쟁과 절박함이 스타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박성현(2013년 2부 투어 상금왕), 전인지(2012년 2위), 조윤지(2009년 상금왕)는 물론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2008년 상금왕), 안선주(2005년 상금왕)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KLPGA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로 ‘흥행 퍼즐’ 하나가 빠졌다. ‘샛별’ 박성현도 초청선수로 미국 투어에 여러 차례 출전할 계획이다. 스타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올해 정규투어에 입성한 신인 중 스타성이 엿보이는 선수가 많다”며 “이들이 공백을 메우는 불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31일 김아림, 최민경과 2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