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의 ‘편지’
황주리의 ‘편지’
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 서정주(1915~2000)와 박목월(1915~1978)의 주옥같은 시를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가 있는 그림’전이 오는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서림에서 열린다. 198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시화전(詩畵展)이다.

올해는 서양화가 황주리를 비롯해 이중희 노태웅 윤시영 윤장열 이명숙 전준엽 정일 등 10명이 두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시인의 대표 시를 그림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주리 씨는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와 서정주의 ‘편지’를 꽃잎 속에서 결혼식을 하거나 서로 끌어안는 등의 삽화 같은 풍경화로 살려냈다. 황씨는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할 때 자주 읊조리는 애창시”라며 “가슴 한편에 숨겨둔 아련한 추억과 낭만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원광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이중희 씨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화폭에 담았다.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반추상의 꽃잎을 반복적으로 그려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퓨전 산수화가’ 전준엽 씨는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연꽃과 소나무, 강물을 소재로 몽환적인 작품으로 풀어냈다. 윤시영 씨는 눈 속에 떨어진 홍시를 통해 박목월의 ‘눈이 온 아침’을 그렸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노태웅 씨는 박목월의 ‘가을 어스름’을 시골 가을 풍경으로 표현했다. (02)515-33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