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국도 폭스바겐 소송 '예열 중'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을 상대로 900억달러(약 107조원)의 벌금 등 천문학적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한국 측 소비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한국 측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하종선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바른)는 5일 미국 정부의 민사소송과 관련해 ①배출가스 기준 인증 위반 ②임의 설정 ③차량 조작 ④보고의무 위반 등 청정대기법상의 네 가지 법규 위반을 누적적으로 계산해 최대 900억달러 상당의 벌금을 청구했다고 분석했다.

하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배출가스 기준 인증 위반을 지적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 및 제48조 위반으로 폭스바겐 측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하 변호사는 “한국 환경부도 폭스바겐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즉시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질소산화물(NOx)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제반 조치를 판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주목된다. 하 변호사는 “미국 환경청은 폭스바겐 측이 제시한 리콜 방안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입장인 만큼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면서 운행하고 있는 차량들에 대한 환불 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22일 미국 집단소송 첫 번째 심리기일에서 해당 재판부가 “즉각적인 해결책”을 언급했기 때문에 환불 처분 명령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에서도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와 아우디 Q5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2명이 같은 회사 차량의 한국 구매자 12만5000여명을 대표해 지난해 11월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홈페이지상에 새로 오픈한 한·미 양국 소송제기 등록 시스템으로 집단소송 신청을 계속 접수하고 있다. 바른 측은 글로벌 소송 전문 대형 로펌인 퀸 에마뉴엘 및 미국 최대 소비자 소송 전문 로펌 하겐스 버만과 함께 미국에서 생산한 파사트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생산한 폭스바겐 및 아우디 차량도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각오다.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아우디가 조작을 인정한 EA189 엔진과 관련해 1월5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누적 원고 규모가 3937명”이라며 “앞으로도 1주일에 한 차례 원고들이 추가로 소장을 접수하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조작이 인정된 대형 3L 디젤엔진과 신형 소형 EA288 엔진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 환경청 및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의 발표 내용과 한국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