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 세계 증시와 관련해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나 펀더멘털(기초여건) 차원에서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며 짧은 쇼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사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크게 봐서는 세계 경기 둔화가 올해 내내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를 것"이라며 "통상 연초에 이런 우려심리가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 증시의 세부적인 부진 요인을 보면 중국 증시는 12월 제조업지표 부진과 정책적인 수급 악화 요인으로 개장 첫날 급락했고 일본도 엔고 여파로 급락했다"며 "국내 증시는 수급적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이 한 달 내내 매도세를 보이는 데다 작년 말 대거 유입된 배당차익거래 매수 물량이 연초에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도 올해 좋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이라며 "실적 개선이 확인되기까지 증시는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의 외부 요인으로 국내 기업들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작년에 성과가 좋은 종목이나 기대 이상으로 오른 종목의 비중을 줄여놓은 상태"라며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도 주식을 빨리 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연초에 반응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장세를 보면서 종목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내부 요인에서 주식 매수의 기회가 있다"며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을 지켜보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기업분할이나 합병, 지주사 전환, 배당 확대 등의 이슈가 올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이나 SK그룹처럼 현금흐름이 좋거나 우량 자산이 많은 그룹과 기업들을 지켜봐야 한다"며 차입금이 많은 기업이나 그룹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