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자동차 기상도(하)] "자동차 생산량 싸움은 끝나… 확실한 브랜드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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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뷰
새해 현대차 과제 중 하나는 제네시스 시장 안착
200만대 파는 BMW·벤츠가 800만대인 현대·기아차보다 브랜드 파워 강해
새해 현대차 과제 중 하나는 제네시스 시장 안착
200만대 파는 BMW·벤츠가 800만대인 현대·기아차보다 브랜드 파워 강해
2016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성장세 둔화, 엔화·유로화 약세 지속, 신흥국 경기 부진 등 국내 완성차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 악재로 가득하다. 내수 시장은 개별소비세 혜택 종료에 따른 상반기 수요 부진이 예상된다.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신년 기획물로 새해 자동차 기상도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상) 자동차 내수 시장 키워드는?
(중) 완성차 내수 줄고, 수출·수입차 늘고
(하) 자동차산업 전문가에게 듣는다 [ 안혜원 기자 ] "벤츠, BMW 등은 연간 200만대를 판매하지만 1000만대를 파는 도요타나 800만대를 파는 현대·기아차보다 브랜드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법학관에서 이남석 교수(53·사진)를 만나 한국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판매량 증대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삼성의 자동차 사업,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신개발 프로젝트 등 현장을 직접 경험한 국내 자동차산업 전문가다. 특히 삼성의 자동차 사업의 시작과 종료를 직접 지켜본 그는 새롭게 출범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기아차가 2015년 목표로 잡은 글로벌 820만대 판매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판매성적은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현대·기아차 판매는 작년 수준 유지도 힘들 수 있다. 우선 해외 시장에서의 전망이 어둡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보자. 중국은 이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경기 후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또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2015년에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6위까지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다. 물론 다시 만회는 했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나 고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 맞서 위안화 절하 전략으로 선회를 하려 하는데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 내 소비가 억제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중국에서 역수입된 미국차, 유럽차 등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GM이 중국공장에서 만든 뷰익 인비전, 볼보 S6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이상 크지 않을 수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70%의 점유율 방어선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회사 고위 임원이 ‘안티’ 소비자와 대화를 할 정도로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국산차 업체 수가 적어 내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나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능력은 이미 800만대 수준에 올라섰다. 세계 5위다. 더 무리하게 양적 성장을 하는 것은 시장 여건 상 어렵다. 질적 성장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
▷최근 론칭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질적 성장의 대안이 될 수 있나.
"현대차가 해외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현재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는 '제네시스'다. 현재까지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우선 제네시스 첫 모델 EQ900의 성능이 괜찮다. 이전 모델은 안락함을 주는 미국차나 일본차 스타일에 가까웠다면 이젠 서스펜션(현가장치)도 단단해지고 차체 자체가 견고해지는 유럽차 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또 시장 상황을 봤을 때도 고급 대형차 브랜드 전략은 적합하다. 현재 취업난, 실업, 가계부채 등으로 30~40대 소비자나 여성 고객층의 구매력이 급속도로 하락 중이다. 준중형 차량에서부터 쏘나타 등의 중형급 승용차를 구매할 만한 소비자는 줄고 있다. 하지만 대형차급은 상황이 다르다. 구매 가능한 계층도 꾸준히 유지될 뿐만 아니라 저유가 등으로 외부 상황도 대형차급 판매에는 호재다. 제네시스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 여부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성장에 있어 굉장히 큰 변수라 볼 수 있다."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제네시스 성공은 현대차의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대형차급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실상 폭스바겐도 대형차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은 내년 생산을 중단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대형차 세그먼트는 기술력이 있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메이커의 리그다.
1989년 론칭한 도요타의 렉서스를 비롯해 혼다 아큐라, 닛산 인피니티 등이 현대기아차 제네시스처럼 기존의 대중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만든 고급 브랜드다. 하지만 렉서스를 제외한 아큐라와 인피니티는 대중브랜드인 혼다, 닛산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그나마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렉서스도 독일 프리미엄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렉서스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하나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렉서스 같이 성공적으로 론칭한 브랜드조차도 여전히 하위 프리미엄 브랜드 세그먼트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네시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전략은.
"단순 판매량에 연연하지 말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벤츠, BMW 등은 연간 200만대를 판매하지만 1000만대를 팔고 있는 도요타나 800만대를 파는 현대기아차보다 존재감이 확실하다. 단순히 양적인 재무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차량의 성능만 좋아서도 안 된다.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차량의 성능, 금전적 역량에서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수입차 판매가 연간 20만대를 넘어서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벤츠 시동 꺼짐, BMW 화재 등 연쇄 사건들이 발생했다. 수입차 성장세가 지속될지 궁금하다.
"한국 시장은 수입차 업계의 성장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시장 규모만 보면 작지만 수입차 판매량은 높다. 수입차 업계에서 보면 미국, 중국, 독일 등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판매량이 큰 시장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우호적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판매가 급감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련의 사건사고 이후에도 수입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굳건하다.
하지만 더 이상 고속 성장을 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경제 여건이 나쁘다. 저유가로 자동차산업의 일부는 수혜를 입겠지만 전반적인 시장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선 저유가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등의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 이익이 줄어 불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금리 인상도 자금 이탈 등을 유도해 경기 불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입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동차 산업 자체가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수입차 업계는 올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수입차는 업체별 모델 종류가 수십 종에 이르고 라인업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고가 차급인 중대형 차량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짰다면 이제는 중·소형차까지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격 측면에서도 완성차 업체들과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타격이 크지만 수입차 업계의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 업계의 다양한 라인업은 국산 업체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다양한 모델을 구비해 여러 소비 계층을 공략하는 것이 2016년 사업 전략으로 유리할 것이다."
▷저유가가 자동차 내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저유가로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폭은 아니지만 기름값이 과거처럼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도 저유가 현상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동차 연비에 크게 민감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단적인 예가 제네시스 EQ900이다. 제네시스는 여러 면에서 과거에 비해 성능과 기능이 좋아졌지만 연비는 나빠졌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연비에 대해 민감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유가로 디젤 자동차 수요가 떨어질까.
"어느 정도 영향은 받겠지만 큰 영향은 아닐 것이다. 사실 디젤 엔진의 연비는 뛰어나고 인기가 높은 유럽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모델이 대부분 디젤 차다. 이제는 유럽 업체들이 중형차 등의 작은 차급까지 디젤 엔진을 장착하면서 유행을 일으켰기 때문에 쉽게 인기가 수그러들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수단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 차량이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
▷2016년 CES에 자동차 업체 9곳이 참가한다. 앞으로 자동차 업체와 전자회사 간 교류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카 기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별개 산업으로 봤던 구글, 애플 등의 정보기술(IT), 전자 업체와 완성차 업체들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도 언젠가는 자율주행자동차 등 스마트카를 자체 생산하길 원한다. 결과적으로는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다."
▷단기간 내 (자율주행) 스마트카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기술 상태로는 5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등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여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 벤츠 담당자는 '사람 컴퓨터는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년 전 벤츠는 미국 네바다주로부터 운행 면허를 받고 자율주행트럭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밝은 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 등 운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맞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트럭 두 대가 옆을 지나갈 때 차는 멈추고 경보가 울렸다. 결국 다시 사람이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예기치 못한 기계 결함이 발생했을 때 문제는 커진다. 기계적 문제에 따른 사고의 책임과 보험 문제는 어느 범위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등 제도적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기계 결함 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기에 합의는 쉽지 않다.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 세계 국가 정상들이 자율주행차 표준화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기술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이남석 교수는…
1964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경영학 석사, 영국 옥스포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해 삼성중공업 승용차사업 프로젝트팀, 삼성자동차 해외업무팀 등에서 일했다. 옥스포드대 박사과정 중 2002년 5월부터 2004년 말까지 프랑스 르노자동차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중앙일보 '2015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코니)' 선정위원.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상) 자동차 내수 시장 키워드는?
(중) 완성차 내수 줄고, 수출·수입차 늘고
(하) 자동차산업 전문가에게 듣는다 [ 안혜원 기자 ] "벤츠, BMW 등은 연간 200만대를 판매하지만 1000만대를 파는 도요타나 800만대를 파는 현대·기아차보다 브랜드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법학관에서 이남석 교수(53·사진)를 만나 한국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판매량 증대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삼성의 자동차 사업,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신개발 프로젝트 등 현장을 직접 경험한 국내 자동차산업 전문가다. 특히 삼성의 자동차 사업의 시작과 종료를 직접 지켜본 그는 새롭게 출범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기아차가 2015년 목표로 잡은 글로벌 820만대 판매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판매성적은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현대·기아차 판매는 작년 수준 유지도 힘들 수 있다. 우선 해외 시장에서의 전망이 어둡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보자. 중국은 이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경기 후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또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2015년에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6위까지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다. 물론 다시 만회는 했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나 고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 맞서 위안화 절하 전략으로 선회를 하려 하는데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 내 소비가 억제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중국에서 역수입된 미국차, 유럽차 등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GM이 중국공장에서 만든 뷰익 인비전, 볼보 S6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이상 크지 않을 수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70%의 점유율 방어선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회사 고위 임원이 ‘안티’ 소비자와 대화를 할 정도로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국산차 업체 수가 적어 내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나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능력은 이미 800만대 수준에 올라섰다. 세계 5위다. 더 무리하게 양적 성장을 하는 것은 시장 여건 상 어렵다. 질적 성장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
▷최근 론칭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질적 성장의 대안이 될 수 있나.
"현대차가 해외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현재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는 '제네시스'다. 현재까지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우선 제네시스 첫 모델 EQ900의 성능이 괜찮다. 이전 모델은 안락함을 주는 미국차나 일본차 스타일에 가까웠다면 이젠 서스펜션(현가장치)도 단단해지고 차체 자체가 견고해지는 유럽차 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또 시장 상황을 봤을 때도 고급 대형차 브랜드 전략은 적합하다. 현재 취업난, 실업, 가계부채 등으로 30~40대 소비자나 여성 고객층의 구매력이 급속도로 하락 중이다. 준중형 차량에서부터 쏘나타 등의 중형급 승용차를 구매할 만한 소비자는 줄고 있다. 하지만 대형차급은 상황이 다르다. 구매 가능한 계층도 꾸준히 유지될 뿐만 아니라 저유가 등으로 외부 상황도 대형차급 판매에는 호재다. 제네시스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 여부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성장에 있어 굉장히 큰 변수라 볼 수 있다."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제네시스 성공은 현대차의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대형차급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실상 폭스바겐도 대형차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은 내년 생산을 중단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대형차 세그먼트는 기술력이 있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메이커의 리그다.
1989년 론칭한 도요타의 렉서스를 비롯해 혼다 아큐라, 닛산 인피니티 등이 현대기아차 제네시스처럼 기존의 대중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만든 고급 브랜드다. 하지만 렉서스를 제외한 아큐라와 인피니티는 대중브랜드인 혼다, 닛산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그나마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렉서스도 독일 프리미엄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렉서스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하나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렉서스 같이 성공적으로 론칭한 브랜드조차도 여전히 하위 프리미엄 브랜드 세그먼트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네시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전략은.
"단순 판매량에 연연하지 말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벤츠, BMW 등은 연간 200만대를 판매하지만 1000만대를 팔고 있는 도요타나 800만대를 파는 현대기아차보다 존재감이 확실하다. 단순히 양적인 재무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차량의 성능만 좋아서도 안 된다.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차량의 성능, 금전적 역량에서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수입차 판매가 연간 20만대를 넘어서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벤츠 시동 꺼짐, BMW 화재 등 연쇄 사건들이 발생했다. 수입차 성장세가 지속될지 궁금하다.
"한국 시장은 수입차 업계의 성장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시장 규모만 보면 작지만 수입차 판매량은 높다. 수입차 업계에서 보면 미국, 중국, 독일 등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판매량이 큰 시장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우호적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판매가 급감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련의 사건사고 이후에도 수입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굳건하다.
하지만 더 이상 고속 성장을 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경제 여건이 나쁘다. 저유가로 자동차산업의 일부는 수혜를 입겠지만 전반적인 시장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선 저유가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등의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 이익이 줄어 불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금리 인상도 자금 이탈 등을 유도해 경기 불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입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동차 산업 자체가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수입차 업계는 올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수입차는 업체별 모델 종류가 수십 종에 이르고 라인업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고가 차급인 중대형 차량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짰다면 이제는 중·소형차까지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격 측면에서도 완성차 업체들과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타격이 크지만 수입차 업계의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 업계의 다양한 라인업은 국산 업체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다양한 모델을 구비해 여러 소비 계층을 공략하는 것이 2016년 사업 전략으로 유리할 것이다."
▷저유가가 자동차 내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저유가로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폭은 아니지만 기름값이 과거처럼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도 저유가 현상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동차 연비에 크게 민감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단적인 예가 제네시스 EQ900이다. 제네시스는 여러 면에서 과거에 비해 성능과 기능이 좋아졌지만 연비는 나빠졌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연비에 대해 민감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유가로 디젤 자동차 수요가 떨어질까.
"어느 정도 영향은 받겠지만 큰 영향은 아닐 것이다. 사실 디젤 엔진의 연비는 뛰어나고 인기가 높은 유럽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모델이 대부분 디젤 차다. 이제는 유럽 업체들이 중형차 등의 작은 차급까지 디젤 엔진을 장착하면서 유행을 일으켰기 때문에 쉽게 인기가 수그러들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수단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 차량이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
▷2016년 CES에 자동차 업체 9곳이 참가한다. 앞으로 자동차 업체와 전자회사 간 교류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카 기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별개 산업으로 봤던 구글, 애플 등의 정보기술(IT), 전자 업체와 완성차 업체들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도 언젠가는 자율주행자동차 등 스마트카를 자체 생산하길 원한다. 결과적으로는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다."
▷단기간 내 (자율주행) 스마트카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기술 상태로는 5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등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여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 벤츠 담당자는 '사람 컴퓨터는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년 전 벤츠는 미국 네바다주로부터 운행 면허를 받고 자율주행트럭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밝은 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 등 운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맞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트럭 두 대가 옆을 지나갈 때 차는 멈추고 경보가 울렸다. 결국 다시 사람이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예기치 못한 기계 결함이 발생했을 때 문제는 커진다. 기계적 문제에 따른 사고의 책임과 보험 문제는 어느 범위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등 제도적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기계 결함 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기에 합의는 쉽지 않다.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 세계 국가 정상들이 자율주행차 표준화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기술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이남석 교수는…
1964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경영학 석사, 영국 옥스포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해 삼성중공업 승용차사업 프로젝트팀, 삼성자동차 해외업무팀 등에서 일했다. 옥스포드대 박사과정 중 2002년 5월부터 2004년 말까지 프랑스 르노자동차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중앙일보 '2015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코니)' 선정위원.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