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거대 코끼리' 인도] 벤처창업 연1000개·외국인투자 35%↑…'모디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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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희망으로 바꾼 나라들 (3)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인도
규제 풀어 경제활력
작년 3분기 성장률 7.4%…15년 만에 중국 앞질러
기업공개로 증시도 활기
슬럼가서도 온라인쇼핑
전자상거래 규모 380억달러…작년보다 67% 급증 전망
규제 풀어 경제활력
작년 3분기 성장률 7.4%…15년 만에 중국 앞질러
기업공개로 증시도 활기
슬럼가서도 온라인쇼핑
전자상거래 규모 380억달러…작년보다 67% 급증 전망
100만명가량의 빈곤층이 거주하는 인도 뭄바이 동쪽의 슬럼가 고반디 지역. 하수로 악취가 풍기는 좁은 도로의 한 상점 앞에는 매일 20~30명이 웅성거린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물건을 사려고 몰려든 이들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상점 주인은 자신의 노트북으로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사람들이 원하는 물품을 대신 구입해준다. 변두리 시장에서 채소 포장일을 하며 어렵게 돈을 모았다는 안사리 자밀 씨(24)도 지난달 이곳을 찾았다. 그는 신속한 거래에 놀라며 “드디어 휴대폰을 샀다”고 외쳤다. 빈곤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인도의 전자상거래는 활기를 띠고 있는 인도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슬럼가까지 퍼진 모디노믹스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친(親)기업 정책을 펼치며 인도 구석구석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다. 취임하자마자 만모한 싱 전임 총리 시절 73개에 이르던 장관직 가운데 27개를 없앴다. 외국자본 투자유치를 위해 순방한 국가만도 미국, 영국, 중국 등 26개국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중국(6.9%)보다 높은 7.4%였다. 제조업 부문 증가율은 9.3%에 달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뛰어넘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모디 총리 취임 당시 15,000선이던 인도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25,000 안팎까지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다수 신흥시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인도의 성장만 두드러진다”며 “기업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 낙관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년여 전만 해도 인도의 경제 상황은 암울했다. 2013년 5월 신흥국 위기설이 퍼지면서 수개월간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문제였다.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인도를 ‘유망한 국가(bright spot)’라고 부른 그대로다. 기업들의 숙원인 인프라 투자도 활발하다. 2020년까지 고속도로망의 총 길이는 50%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30년 인도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자금도 다시 인도로 몰리고 있다. 인도산업정책국(DIPP)에 따르면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최근 17개월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FDI는 16% 감소했다. 인도 경제의 활력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IPO에 나선 기업은 21개로, 2011년(37개) 후 가장 많았다. 이 기업들은 총 20억900만달러를 조달했다. WSJ는 “인도 IPO의 ‘블록버스터 해’였다”고 보도했다. ‘인도판 실리콘밸리’ 신화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은 2014년 9월 모디 총리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가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디 총리는 중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키우겠다며 내세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함께 ‘디지털 인디아’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디아’를 3대 슬로건으로 발표했다.
인도의 휴대폰 사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 10억명을 돌파했다. 13억명 정도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도상공회의소연합(ASSOCHAM)에 따르면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보다 67% 늘어 38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은 지난해 10월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 때도 확인됐다. 아마존 인도법인을 비롯해 플립카트, 스냅딜 등 인도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거리와 버스정류장의 옥외광고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신문에도 3개 업체가 공동으로 파격세일을 내세운 8페이지짜리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인도 전자상거래 점유율 1위인 플립카트는 5일간의 세일기간 중 첫 10시간 만에 1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곳도 인도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블로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에 인도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수만 925개에 이른다. 이 중 72% 이상이 35세 미만 젊은 기업인이 설립했다. 스타트업으로 투자금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올라(Ola)는 11억2500만달러(약 1조3300억원), 전자결제회사 페이티엠(PayTM)은 6억8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인도 로펌사 카이탄&코의 디비얀슈 시나 컨설턴트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였던 인도가 1991년 시장을 개방한 이래 가장 중요한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중앙은행 상호견제도 긍정적
인도 경제가 살아난 것이 모디 총리의 리더십과 추진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의 적절한 견제가 인도 경제의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라잔 총재는 인도 재무부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했다. 인도 델리에 파견 중인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안정을 중시한 라잔의 통화정책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하락도 인도에 천군만마와 같은 호재로 작용했다. 유가는 원유 수요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의 물가와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HSBC의 인도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프란절 반다리는 “지난해 인도 GDP가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며 “기업 이윤과 가계의 구매력을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상점 주인은 자신의 노트북으로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사람들이 원하는 물품을 대신 구입해준다. 변두리 시장에서 채소 포장일을 하며 어렵게 돈을 모았다는 안사리 자밀 씨(24)도 지난달 이곳을 찾았다. 그는 신속한 거래에 놀라며 “드디어 휴대폰을 샀다”고 외쳤다. 빈곤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인도의 전자상거래는 활기를 띠고 있는 인도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슬럼가까지 퍼진 모디노믹스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친(親)기업 정책을 펼치며 인도 구석구석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다. 취임하자마자 만모한 싱 전임 총리 시절 73개에 이르던 장관직 가운데 27개를 없앴다. 외국자본 투자유치를 위해 순방한 국가만도 미국, 영국, 중국 등 26개국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중국(6.9%)보다 높은 7.4%였다. 제조업 부문 증가율은 9.3%에 달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뛰어넘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모디 총리 취임 당시 15,000선이던 인도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25,000 안팎까지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다수 신흥시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인도의 성장만 두드러진다”며 “기업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 낙관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년여 전만 해도 인도의 경제 상황은 암울했다. 2013년 5월 신흥국 위기설이 퍼지면서 수개월간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문제였다.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인도를 ‘유망한 국가(bright spot)’라고 부른 그대로다. 기업들의 숙원인 인프라 투자도 활발하다. 2020년까지 고속도로망의 총 길이는 50%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30년 인도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자금도 다시 인도로 몰리고 있다. 인도산업정책국(DIPP)에 따르면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최근 17개월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FDI는 16% 감소했다. 인도 경제의 활력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IPO에 나선 기업은 21개로, 2011년(37개) 후 가장 많았다. 이 기업들은 총 20억900만달러를 조달했다. WSJ는 “인도 IPO의 ‘블록버스터 해’였다”고 보도했다. ‘인도판 실리콘밸리’ 신화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은 2014년 9월 모디 총리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가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디 총리는 중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키우겠다며 내세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함께 ‘디지털 인디아’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디아’를 3대 슬로건으로 발표했다.
인도의 휴대폰 사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 10억명을 돌파했다. 13억명 정도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도상공회의소연합(ASSOCHAM)에 따르면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보다 67% 늘어 38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은 지난해 10월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 때도 확인됐다. 아마존 인도법인을 비롯해 플립카트, 스냅딜 등 인도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거리와 버스정류장의 옥외광고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신문에도 3개 업체가 공동으로 파격세일을 내세운 8페이지짜리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인도 전자상거래 점유율 1위인 플립카트는 5일간의 세일기간 중 첫 10시간 만에 1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곳도 인도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블로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에 인도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수만 925개에 이른다. 이 중 72% 이상이 35세 미만 젊은 기업인이 설립했다. 스타트업으로 투자금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올라(Ola)는 11억2500만달러(약 1조3300억원), 전자결제회사 페이티엠(PayTM)은 6억8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인도 로펌사 카이탄&코의 디비얀슈 시나 컨설턴트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였던 인도가 1991년 시장을 개방한 이래 가장 중요한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중앙은행 상호견제도 긍정적
인도 경제가 살아난 것이 모디 총리의 리더십과 추진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의 적절한 견제가 인도 경제의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라잔 총재는 인도 재무부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했다. 인도 델리에 파견 중인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안정을 중시한 라잔의 통화정책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하락도 인도에 천군만마와 같은 호재로 작용했다. 유가는 원유 수요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의 물가와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HSBC의 인도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프란절 반다리는 “지난해 인도 GDP가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며 “기업 이윤과 가계의 구매력을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