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눈사람 만들 때처럼 사업·인생도 처음이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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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에 당선된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20여년 대학 강사, 마흔에 창업
엔지니어 말 모두 공책에 적고 그림 그리며 기계에 대해 배워
20여년 대학 강사, 마흔에 창업
엔지니어 말 모두 공책에 적고 그림 그리며 기계에 대해 배워
20여년간 대학 강사로 일하다 마흔에 창업해 매출 8800억원, 임직원 15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여성 사업가가 있다. 대구와 경산 등에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네 곳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57·사진)이다. 그는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8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50대가 여경협 회장이 된 건 12년 만이다.
6일 만난 한 회장은 ‘눈사람론(論)’을 펼쳤다. 그는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 눈을 뭉치는 게 참 어렵다”며 “하지만 여러 차례 굴리다 보면 눈덩이가 뭉쳐지면서 금방 커지는데 이는 사업과 인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말했다. 진심 어린 마음을 모으면 어려워 보이던 일도 예상보다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를 키운 것도 눈사람을 굴리듯이 했다. 이화여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 강단에 섰던 한 회장은 교수가 꿈이었다. 당시 대구에서 은행을 다니던 아버지가 “거래처인 쌍용중공업이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자동차사업 부문을 매각하는데 인수해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고민하다 ‘외환위기가 지나면 다들 차를 바꿀 것’이란 판단에 1998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효림산업을 세웠다. 효림은 ‘큰 수풀’이란 뜻이다.
그는 “기계에 문외한이라 창업 후 반 년간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내용을 몽땅 공책에 적었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리고 색연필로 칠하면서 공부했다”며 “차 교체 수요가 늘 것이란 예측이 맞아떨어져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2005년엔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쌍용자동차에만 의존하다간 나중에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단조(금속 성형)업체를 인수했다. 이는 훗날 미국의 트럭회사 나비스타와 거래하는 계기가 됐다.
한 회장은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납기 품질 원가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연구개발(R&D)과 교육비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게 경영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효림은 모든 임직원에게 영어회화 교육을 한다.
여경협 대구경북지회 부회장을 거쳐 경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한 한 회장은 선거 때 ‘더 큰 협회, 새로운 리더’라는 슬로건을 앞세웠고 압도적인 지지(86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는 “회원사들이 여경협에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내가 그동안 사업을 해온 추진력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대통령 직속 여성경제인위원회 설립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과 여성경제연구소 설립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 △여성경제인 공동브랜드 개발 △회원사 생산제품 구매를 위한 ‘서로사랑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에게 MBA(경영학석사 학위) 교육을 해 전문성을 강화하며 해외 여성 경제 단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여성 기업을 글로벌화하겠다’는 등의 실천 사항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사업에만 매달리느라 육아엔 거의 신경을 못 썼는데 얼마 전 외아들이 결혼하면서 ‘내 아내는 엄마처럼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여성들이 육아 고민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정은/사진=허문찬 기자 likesmile@hankyung.com
6일 만난 한 회장은 ‘눈사람론(論)’을 펼쳤다. 그는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 눈을 뭉치는 게 참 어렵다”며 “하지만 여러 차례 굴리다 보면 눈덩이가 뭉쳐지면서 금방 커지는데 이는 사업과 인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말했다. 진심 어린 마음을 모으면 어려워 보이던 일도 예상보다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를 키운 것도 눈사람을 굴리듯이 했다. 이화여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 강단에 섰던 한 회장은 교수가 꿈이었다. 당시 대구에서 은행을 다니던 아버지가 “거래처인 쌍용중공업이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자동차사업 부문을 매각하는데 인수해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고민하다 ‘외환위기가 지나면 다들 차를 바꿀 것’이란 판단에 1998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효림산업을 세웠다. 효림은 ‘큰 수풀’이란 뜻이다.
그는 “기계에 문외한이라 창업 후 반 년간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내용을 몽땅 공책에 적었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리고 색연필로 칠하면서 공부했다”며 “차 교체 수요가 늘 것이란 예측이 맞아떨어져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2005년엔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쌍용자동차에만 의존하다간 나중에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단조(금속 성형)업체를 인수했다. 이는 훗날 미국의 트럭회사 나비스타와 거래하는 계기가 됐다.
한 회장은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납기 품질 원가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연구개발(R&D)과 교육비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게 경영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효림은 모든 임직원에게 영어회화 교육을 한다.
여경협 대구경북지회 부회장을 거쳐 경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한 한 회장은 선거 때 ‘더 큰 협회, 새로운 리더’라는 슬로건을 앞세웠고 압도적인 지지(86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는 “회원사들이 여경협에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내가 그동안 사업을 해온 추진력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대통령 직속 여성경제인위원회 설립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과 여성경제연구소 설립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 △여성경제인 공동브랜드 개발 △회원사 생산제품 구매를 위한 ‘서로사랑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에게 MBA(경영학석사 학위) 교육을 해 전문성을 강화하며 해외 여성 경제 단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여성 기업을 글로벌화하겠다’는 등의 실천 사항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사업에만 매달리느라 육아엔 거의 신경을 못 썼는데 얼마 전 외아들이 결혼하면서 ‘내 아내는 엄마처럼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여성들이 육아 고민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정은/사진=허문찬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