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경제학회] "한국, 기업은 '이익절벽' 나라는 '인구절벽'…경험 못한 위기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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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민간·국책연구원장들이 한목소리로 “한국은 지금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과거와 달리 서서히 다가오는 구조적 위기라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기의 진앙지가 그동안 한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산업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호텔에서 ‘2016년 한국 경제, 과제와 대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글로벌 산업구조에 뒤처지는 한국
권 원장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산업절벽’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의 10대 수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지만 이들 품목의 세계교역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기업들이 덜 팔리는 품목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 결과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한국 기업의 숫자가 2005년 8개에서 지난해 2개로 줄어든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가계와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부채위기와 내수부족이 경제활력 상실로 이어지면서 일본형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부족이 수입 감소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지면서 원화가치를 높여 수출까지 위축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권 원장은 “과거 외환위기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내수부족과 수출 약화 등 실물부문에서 오는 구조적 위기”라며 “대외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수출부진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산업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수출부진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며 그동안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수출이 절벽 앞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월별 수출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였다며 이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핵심 산업의 분명한 위기징후라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 수출기업인 중공업과 조선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거제도는 그동안 한국을 찾은 해외공무원들에게 한국 제조업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또 “석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의 수출금액이 감소했지만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며 “수출단가 하락이 심각한 상황 역시 위기를 예고하는 징후”라고 봤다. 그는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떨어지는 등 무역환경도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애플 아이폰의 수익성이 삼성전자 갤럭시의 약 4배에 달한다”며 “이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설계,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기업부도
김준경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며 ‘이익의 절벽’을 언급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지 않고, 이자비용은 과거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기업 부도와 수익성 하락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며 “상장기업 매출 증가율이 2014년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통계집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저성장이 오래갈 것이며, 유럽과 일본의 실질성장률도 0%대”라며 “지금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과잉투자를 줄이면서 대(對)중국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간재 생산 중견·중소기업 역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구위기 해결 골든타임 끝나간다
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저성장에 직면하는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인구감소로 인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장기침체에 허덕여 온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한국의 출생률은 전 세계 200개국 중 197위로 최하위권인 반면 기대여명은 14위(UN 자료)로 상위권에 있으며, 이민자 비중을 뜻하는 국제이동률 역시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2%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110조원을 퍼부었지만, OECD 국가 중 최장기간인 15년째 초저출산(1.3명 미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젊은 층 인구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인구 보너스’가 끝나고 있다”며 “고령인구가 20%를 초과하면서 총부양비(생산가능 연령층에 대한 비생산가능 연령층의 인구 비)가 40명을 넘어서는 인구위기가 4년 후인 2019년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구절벽은 저성장과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며 “이는 25년 전 일본, 45년 전 독일이 경험했던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처럼 노동개혁을 통해 여성과 젊은 층의 노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일본의 장기침체를 따라가지 않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권 원장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산업절벽’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의 10대 수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지만 이들 품목의 세계교역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기업들이 덜 팔리는 품목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 결과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한국 기업의 숫자가 2005년 8개에서 지난해 2개로 줄어든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가계와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부채위기와 내수부족이 경제활력 상실로 이어지면서 일본형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부족이 수입 감소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지면서 원화가치를 높여 수출까지 위축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권 원장은 “과거 외환위기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내수부족과 수출 약화 등 실물부문에서 오는 구조적 위기”라며 “대외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수출부진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산업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수출부진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며 그동안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수출이 절벽 앞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월별 수출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였다며 이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핵심 산업의 분명한 위기징후라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 수출기업인 중공업과 조선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거제도는 그동안 한국을 찾은 해외공무원들에게 한국 제조업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또 “석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의 수출금액이 감소했지만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며 “수출단가 하락이 심각한 상황 역시 위기를 예고하는 징후”라고 봤다. 그는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떨어지는 등 무역환경도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애플 아이폰의 수익성이 삼성전자 갤럭시의 약 4배에 달한다”며 “이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설계,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기업부도
김준경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며 ‘이익의 절벽’을 언급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지 않고, 이자비용은 과거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기업 부도와 수익성 하락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며 “상장기업 매출 증가율이 2014년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통계집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저성장이 오래갈 것이며, 유럽과 일본의 실질성장률도 0%대”라며 “지금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과잉투자를 줄이면서 대(對)중국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간재 생산 중견·중소기업 역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구위기 해결 골든타임 끝나간다
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저성장에 직면하는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인구감소로 인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장기침체에 허덕여 온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한국의 출생률은 전 세계 200개국 중 197위로 최하위권인 반면 기대여명은 14위(UN 자료)로 상위권에 있으며, 이민자 비중을 뜻하는 국제이동률 역시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2%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110조원을 퍼부었지만, OECD 국가 중 최장기간인 15년째 초저출산(1.3명 미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젊은 층 인구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인구 보너스’가 끝나고 있다”며 “고령인구가 20%를 초과하면서 총부양비(생산가능 연령층에 대한 비생산가능 연령층의 인구 비)가 40명을 넘어서는 인구위기가 4년 후인 2019년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구절벽은 저성장과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며 “이는 25년 전 일본, 45년 전 독일이 경험했던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처럼 노동개혁을 통해 여성과 젊은 층의 노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일본의 장기침체를 따라가지 않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