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들의 특별 리포트] 모디의 '구자라트 모델'…날아오른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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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희망으로 바꾼 나라들 (3) 조현 주인도대사
"고질병 '쌍둥이 적자' 개선…한국 중소기업에도 기회의 땅"
2년전 위기, 경제 체질개선으로 돌파
제조업 키우고 스타트업 창업 지원
토지·노동·세제 '3대 개혁' 과제 남아
"고질병 '쌍둥이 적자' 개선…한국 중소기업에도 기회의 땅"
2년전 위기, 경제 체질개선으로 돌파
제조업 키우고 스타트업 창업 지원
토지·노동·세제 '3대 개혁' 과제 남아
“인도의 성장은 30억 인구의 아시아 성장을 이끌고, 아시아는 세계를 이끌 것입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 말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겠다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연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 경제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인플레이션과 ‘쌍둥이 적자’(재정수지·경상수지) 문제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에는 외국인 투자 유입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인도가 중국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발전센터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2024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이 7%를 유지하는 데 비해 중국은 4.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금융위기로 크게 흔들렸던 인도가 불과 2년여 만에 세계 경제의 총아로 급부상한 것이다.
2013년 신흥국 금융위기의 발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계획 발표였다.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경제 기초체력이 약하고 부정부패와 사회갈등이 여전한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자금이 이탈했다. 당시 1달러에 55루피를 유지하던 루피화 가치가 2013년 8월 68루피까지 떨어졌다.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인도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간 외화 자금만 150억달러를 넘었다. 환율, 주식,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던 당시 인도는 신흥국 위기의 핵이었다.
인도가 이런 금융위기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데 비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화자금 유출을 막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선택한 해결책은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과 함께 단행한 ‘친(親)시장적 개혁·개방정책’이었다.
2013년 9월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라구람 라잔 총재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세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 연 11%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을 연 5~6% 수준까지 안정시켰다. 인도 정부도 재정 감축 로드맵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중장기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통한 구조적 체질 개선도 이뤄냈다. 2014년 5월 경제성장을 향한 인도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총선에서 승리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친(親)시장 중심의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인도 경제의 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제조업이 신성장동력
모디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제조업 활성화), 스타트업 인디아(start up India·창업 진흥),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IT산업 활성화), 클린 인디아(clean India·공중위생 개혁) 등과 같이 국가 목표를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캠페인을 벌여나갔다. 제조업을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신(新)동력으로 보고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효율 제고, 인프라 개발, 세금제도 간소화,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철도 및 방위산업 시장 추가 개방 등 다양한 개혁·개방조치를 추진했다.
인도 경제의 체질 개선 노력은 물론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표방하며 수입대체산업 중심의 폐쇄적 경제를 유지했던 인도는 1991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시장개방 및 경제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1년 발표된 신경제정책은 산업 허가제 폐지, 공기업 역할 축소,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 시장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개혁 조치를 담고 있었다. 1999년과 2004년 정권 교체 때마다 ‘빈곤 타파’ ‘인간의 얼굴을 한 개혁’ 등 인도 정부의 경제개혁과 시장 개방 노력은 일관성 있게 거대한 흐름을 이어갔다.
현 시점에서 인도의 개혁·개방을 ‘완성형’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인도 경제가 본격적인 도약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선행돼야 할 큰 과제들이 남아 있다. 모디 정부의 3대 경제개혁(토지개혁, 노동개혁, 세제개혁) 법안이 야당 반대로 의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단전과 단수가 잦고, 철도와 도로 등이 낙후한 인도에서 인프라 확충 역시 국가경쟁력 제고와 외국인 투자 유치의 선결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역시 중요하다. 12억명을 넘는 거대 인구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35세 미만이 차지하는 젊은 인구 구성을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젊은 인구를 교육·기술 훈련 등을 통해 숙련된 노동력으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인도 경제가 도약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 걸림돌은 포퓰리즘
인도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하는 김에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체제 아래에서 과감한 중앙집권적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인도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옳을까.
답은 인도의 선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낙후한 주(州)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벵갈주 대표는 “웨스트벵갈주의 실패는 농민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토지재분배 정책을 추진했다가 인근 주에 비해 경쟁력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제성장을 막는 걸림돌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시장 원리에 반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었다.
인도 주들은 해마다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기업인을 위한 전용공단 설립,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하며 주정부 간 경쟁을 하고 있다.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구자라트를 연평균 13.4%의 고도성장으로 이끌며 중앙정부 총리가 된 모디 총리의 성공 이야기가 낙후한 주들을 자극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인도라는 거대 코끼리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인도는 ‘만년 기대주’였다. 21세기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핵심 키워드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서 친디아(Chindia·중국 인도)로 바뀌는 사이에도 인도는 늘 기대주 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비약적 발전을 확신하는 데는 다들 조심스러웠다.
인도가 한국 기업 부른다
오늘날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인도 경제가 개혁과 개방을 통해 점차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디 총리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골자로 한 ‘구자라트 모델’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인도 경제개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인도의 도약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렇게 변하는 인도를 보면서 우리 기업들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도 인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인도 시장은 워낙 크고 다층적이므로 중소기업에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쉽게 손이 닿아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인도에 여전히 많다. 세계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인도에 와 성공할 수 있다.
조현 < 주인도대사 hcho79@mofa.go.kr >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 말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겠다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연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 경제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인플레이션과 ‘쌍둥이 적자’(재정수지·경상수지) 문제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에는 외국인 투자 유입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인도가 중국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발전센터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2024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이 7%를 유지하는 데 비해 중국은 4.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금융위기로 크게 흔들렸던 인도가 불과 2년여 만에 세계 경제의 총아로 급부상한 것이다.
2013년 신흥국 금융위기의 발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계획 발표였다.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경제 기초체력이 약하고 부정부패와 사회갈등이 여전한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자금이 이탈했다. 당시 1달러에 55루피를 유지하던 루피화 가치가 2013년 8월 68루피까지 떨어졌다.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인도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간 외화 자금만 150억달러를 넘었다. 환율, 주식,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던 당시 인도는 신흥국 위기의 핵이었다.
인도가 이런 금융위기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데 비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화자금 유출을 막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선택한 해결책은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과 함께 단행한 ‘친(親)시장적 개혁·개방정책’이었다.
2013년 9월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라구람 라잔 총재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세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 연 11%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을 연 5~6% 수준까지 안정시켰다. 인도 정부도 재정 감축 로드맵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중장기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통한 구조적 체질 개선도 이뤄냈다. 2014년 5월 경제성장을 향한 인도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총선에서 승리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친(親)시장 중심의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인도 경제의 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제조업이 신성장동력
모디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제조업 활성화), 스타트업 인디아(start up India·창업 진흥),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IT산업 활성화), 클린 인디아(clean India·공중위생 개혁) 등과 같이 국가 목표를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캠페인을 벌여나갔다. 제조업을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신(新)동력으로 보고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효율 제고, 인프라 개발, 세금제도 간소화,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철도 및 방위산업 시장 추가 개방 등 다양한 개혁·개방조치를 추진했다.
인도 경제의 체질 개선 노력은 물론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표방하며 수입대체산업 중심의 폐쇄적 경제를 유지했던 인도는 1991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시장개방 및 경제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1년 발표된 신경제정책은 산업 허가제 폐지, 공기업 역할 축소,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 시장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개혁 조치를 담고 있었다. 1999년과 2004년 정권 교체 때마다 ‘빈곤 타파’ ‘인간의 얼굴을 한 개혁’ 등 인도 정부의 경제개혁과 시장 개방 노력은 일관성 있게 거대한 흐름을 이어갔다.
현 시점에서 인도의 개혁·개방을 ‘완성형’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인도 경제가 본격적인 도약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선행돼야 할 큰 과제들이 남아 있다. 모디 정부의 3대 경제개혁(토지개혁, 노동개혁, 세제개혁) 법안이 야당 반대로 의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단전과 단수가 잦고, 철도와 도로 등이 낙후한 인도에서 인프라 확충 역시 국가경쟁력 제고와 외국인 투자 유치의 선결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역시 중요하다. 12억명을 넘는 거대 인구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35세 미만이 차지하는 젊은 인구 구성을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젊은 인구를 교육·기술 훈련 등을 통해 숙련된 노동력으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인도 경제가 도약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 걸림돌은 포퓰리즘
인도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하는 김에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체제 아래에서 과감한 중앙집권적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인도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옳을까.
답은 인도의 선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낙후한 주(州)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벵갈주 대표는 “웨스트벵갈주의 실패는 농민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토지재분배 정책을 추진했다가 인근 주에 비해 경쟁력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제성장을 막는 걸림돌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시장 원리에 반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었다.
인도 주들은 해마다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기업인을 위한 전용공단 설립,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하며 주정부 간 경쟁을 하고 있다.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구자라트를 연평균 13.4%의 고도성장으로 이끌며 중앙정부 총리가 된 모디 총리의 성공 이야기가 낙후한 주들을 자극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인도라는 거대 코끼리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인도는 ‘만년 기대주’였다. 21세기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핵심 키워드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서 친디아(Chindia·중국 인도)로 바뀌는 사이에도 인도는 늘 기대주 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비약적 발전을 확신하는 데는 다들 조심스러웠다.
인도가 한국 기업 부른다
오늘날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인도 경제가 개혁과 개방을 통해 점차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디 총리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골자로 한 ‘구자라트 모델’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인도 경제개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인도의 도약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렇게 변하는 인도를 보면서 우리 기업들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도 인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인도 시장은 워낙 크고 다층적이므로 중소기업에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쉽게 손이 닿아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인도에 여전히 많다. 세계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인도에 와 성공할 수 있다.
조현 < 주인도대사 hcho79@mof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