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들 '침체 소설시장' 부활 이끈다
지난 2년간 국내 소설문학은 ‘침체기’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2014년 세월호 사고의 충격으로 적지 않은 작가들이 신작을 내지 못했다. 이듬해에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가 불거져 문단이 얼어붙었다.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황석영 한승원 박범신 등 원로 작가들이 신작을 냈고, 오한기 김엄지 같은 새로운 감각의 작가들이 첫 소설집을 내며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독자의 눈길을 본격적으로 되돌리기엔 힘에 부쳤다는 게 문단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김진명의 《글자전쟁》(새움)뿐이었다.

새해 들어 출판계에선 소설의 귀환 내지 부활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탄탄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 작가들이 선두에 섰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윤대녕 씨는 《삐에로들의 집》(가제)을 이달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2005년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문학동네) 이후 11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했던 도시 난민에 관한 이야기로, 소설을 통해 유사가족의 가능성을 모색한 작품이다.

윤씨와 비슷한 시기에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해온 소설가 구효서 씨도 오는 3~4월 새 장편 《사랑해 언니》(가제)를 해냄에서 출간할 계획이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원로작가 김원일 씨의 소설집 《비단길》(문학과지성사)도 상반기 나온다.

과거 일어났던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도 독자를 찾는다. 지난해 말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를 낸 김숨 씨는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L의 운동화》(민음사·가제)를 올봄 출간할 예정이다. 이한열 열사가 사고 당시 신었던 운동화 복원 과정을 작가 특유의 집요한 묘사력으로 그렸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소설가 김경욱 씨는 1982년 1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우 순경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개와 늑대의 시간》(문학과지성사)을 3월 펴낸다.

정유정 김중혁 장강명 등 인기 작가들의 스릴러와 공상과학소설(SF)도 독자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유정 씨는 2011년 쓴 장편 《7년의 밤》(은행나무)이 국내에서만 40만부가 팔렸으며 독일 일간지가 선정한 ‘2015년 올해의 범죄소설’ 8위에 오르는 등 외국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상반기 나올 그의 신작 《종의 기원》(은행나무)은 간척지 신도시 아파트를 무대로 벌어지는 스릴러다. 평소 “작품 속 공간에선 파리 한 마리도 이유 없이 날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작가의 집필 원칙인 만큼 치밀하면서 높은 긴장감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중혁 씨의 경장편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는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가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다. 각자 코미디언과 우주비행사로 일하는 주인공들이 일상의 비극과 유머가 뒤섞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분야의 소설을 빠른 속도로 출간하고 있는 소설가 장강명 씨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경장편 《목성에선 피가 더 붉어진다》(은행나무)를 낼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