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령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15분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북극해 섬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1961년 10월30일 미국 국방부 장교의 다급한 보고였다. 소련의 수소폭탄 ‘차르 봄바’ 실험으로 섬이 통째로 날아가고 북극해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한 것이다.

무게 27t에 길이 8m, 지름 2m의 가공할 핵무기는 고도 10.5㎞에서 투하돼 지상 4.2㎞ 상공에서 폭발했다. 버섯구름이 높이 64㎞, 폭 40㎞까지 퍼졌다. 100㎞ 바깥에서도 3도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위력이었다. 900㎞ 이상 떨어진 핀란드의 건물 유리창이 깨졌다.

이때의 폭발력은 50메가t이었다. TNT 5000만t 규모다. 핵무기의 폭발력은 일반적으로 TNT로 환산한다. 1945년 미국이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을 앞두고 108t의 TNT 화약으로 예비 실험을 하면서 기준 단위로 삼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소행성 충돌 등의 에너지 계산에도 TNT 환산 질량을 쓴다.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등 핵폭탄의 폭발력은 이것을 바탕으로 킬로t, 메가t으로 표시한다. 킬로t은 TNT 1000t 분량을 한꺼번에 터뜨릴 때 나오는 에너지다. 메가t은 이보다 1000배 강한 100만t 규모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20킬로t(TNT 2만t)이었다. 그 정도로도 14만여명이 죽었다.

히로시마 원폭은 우라늄을 재료로 한 핵분열 방식이었다. 수소폭탄은 이보다 훨씬 파괴력이 강하다. 수소의 핵융합 과정에서 태양 폭발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원자폭탄 폭발력이 10~20킬로t인 데 비해 수소폭탄은 최소 1메가t 이상으로 50배에서 100배 더 강하다. 1메가t만 해도 대도시 인구 300만명이 즉사한다. ‘차르 봄바’의 폭발력이 50메가t이었으니 단순 계산으로도 히로시마 원폭의 2500배다. 원자와 수소의 위력 차이를 감안하면 더 강하다. 실제로는 100메가t으로 계획했지만 실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절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엊그제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폭발력이 약해서 아직 수소폭탄이라고 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머리맡에 핵폭탄을 두고 자야 하는 우리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같은 재료를 갖고도 누구는 수소탄을 만들고 누구는 수소차를 만든다. 핵무기 창안자 아인슈타인이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털어놓고, 원폭 제조를 지휘한 오펜하이머도 “나는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됐다”고 탄식했는데 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