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T 원격의료 기술 '눈부신 진화'…시간·공간 뛰어넘는 의료서비스 시대
최근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원격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만성적 응급의료 전문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형 가톨릭계 병원인 머시(Mercy)가 개발한 프로그램인 ‘세이프워치(SafeWatch)’가 대표적이다. 세이프워치는 중환자 전문 의료인들이 원격의료 허브에서 중환자실(ICU) 환자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병원들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5개 주의 25개 중환자센터에서 모두 450개 병상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세이프워치 프로그램 도입 이후 중환자센터의 환자 사망률은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인력의 근무 시간도 15% 정도 줄었다. 응급상황(코드 블루)이 현저하게 감소한 덕분에 근무 여건도 향상됐다. IT를 활용한 원격모니터링 프로그램이 환자와 근무자의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의료기술은 인공지능 기술과도 결합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컴퓨터에 의료 지식과 임상 경험 데이터화를 입력한 뒤 암 환자를 진단시켜보니 진단 정확성이 숙련된 의사 못지않았다. 이에 미국 코넬대 의과대학 암센터는 왓슨을 환자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의료 진단 분야에 인공지능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한 빅데이터 업체와 제휴를 맺고 폐질환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2014년부터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서 축적한 폐암 환자들의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조직검사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는 솔루션(해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진단의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로 통칭되는 이 같은 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 의료 서비스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단은 물론 심지어 수술도 로봇이 직접하거나 지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공상 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가능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다만 이런 기술 발전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걸맞은 실용적 제도를 수립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사회적 역량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IT를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개방형 병원과 원격의료의 도입 문제에서 10년 넘게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최근 의료기술 변화를 바라봐야 할 때다.

< 김기동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산업 리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