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옥에 교통비 지원하자는 시의원들
“한옥 거주자를 대상으로 자녀 학자금과 대중교통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조례안에 대해선 서울시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서울시 한옥조성과 관계자)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북촌과 서촌 등 7개 한옥밀집지역 보전과 한옥 거주민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으로 지을 수 있는 층수가 낮아지고, 용도 변경이 불가능해진 해당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시행되며 한옥마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가 강화된 것도 그 배경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한옥 보전·확산정책을 취재하며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관련 상임위에 상정한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살펴봤다. 한옥 전면 리모델링 공사 때 6000만원까지 주던 보조금을 8000만원까지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조례안 항목 중 한 구절이 시선을 잡았다. 한옥 거주자의 초중고생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요금을 깎아줄 수 있다는 항목이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소득층과 노령층 등 사회 취약계층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학자금·대중교통요금을 한옥에서 산다는 이유로 지원하겠다는 게 의아해서였다. 그는 “대부분 주차장이 없어 한옥 거주민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학자금 지원은 한옥밀집지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촌과 서촌이 한옥마을로서의 가치를 재조명받은 뒤 도입된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한옥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취약계층에 돌아가야 할 복지까지 제공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본 교토에선 1950년 이전에 지어진 4만8000여가구의 전통가옥을 전수조사해 개·보수 상담까지 제공하지만 서울에선 그저 한옥에 돈만 줄 뿐”이라는 어느 한옥 시공업체 대표의 말이 뼈아프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