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무죄 판결은 부당"…검찰 2인자의 반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5)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배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에 제동을 걸고 막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향후 수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여론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무죄 판결을 한 1심에 대해)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1심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일 만에 묻지마식 계약을 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는데, 이 이상으로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될까요”라고 판결을 문제삼았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며 시장가격인 주당 7.31캐나다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캐나다달러를 지급, 회사에 55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일 강 전 사장에 대해 “피고인이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30건이 넘는 배임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사장이 언론에 촬영까지 허용하면서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이런 발표는 차장검사나 부장검사의 몫이다. 이 사건은 또 이 지검장 부임 이전에 수사가 종결됐으며, 취임 이후에 판결만 나왔다. 이 지검장이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것은 지난달 24일 취임사 발표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이 향후 부패범죄 등 수사와 관련해 법원과의 충돌도 불사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원은 재판부가 충실한 심리를 거쳐 내린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재판기간 6개월간 증인신문, 수사기록 검토 등 법정심리를 통해 무죄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검찰이 법정 밖에서 재판 결과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무죄 판결을 받고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