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사진)은 14일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사교육이라는 말은 10년 후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강남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다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국내 최대 사교육업체로 키운 인물이다. 손 회장은 이날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에 참석해 “취업에 어려움을 경험한 1990년대 이후 학번 부모들은 윗세대만큼 자녀들의 사교육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14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 세미나에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영산 유웨이중앙교육 대표,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김영곤 교육부 국제협력관.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14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 세미나에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영산 유웨이중앙교육 대표,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김영곤 교육부 국제협력관.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사교육 열풍은 10년 후면 사라질 것

손 회장은 한국 사교육 열풍을 ‘고도성장이 만들어낸 시대적 부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손 회장에 따르면 과거 고도성장기에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은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1980년대 4년제 대학 진학률은 25%가 채 안 됐다. 명문대 출신들은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고 승진도 빨랐다. 이런 경험을 한 세대가 자신들의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교육에 투자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바뀌었다는 게 손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은 이미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고 대학 진학의 사회적 효용성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문사회계열의 취업률은 44.5%였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을 못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또 사교육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데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대학들이 신입생의 55%를 학교생활기록부를 근거로 선발하고 EBS 등을 통해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상황에서 사교육의 효과는 크지 않다”며 “이는 서울 강남권 학생들의 부진한 입시결과를 봐도 알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여전히 사교육 열기가 높은 것은 일종의 ‘지체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과 ‘남들도 하니까’라는 불안 심리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교육이란 말은 한국에만 있는 용어”라며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국내 사교육의 중심이 청장년층이나 노년층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가 보조교사 등 채용해 일자리 창출해야

교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한국 교사들은 임금수준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공교육의 고용 창출효과도 낮은 편”이라며 “학교에서 학습보조교사, 진로진학상담교사, 소프트웨어 교육 전담교사 등을 채용하면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교육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출연한 교육재단에서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거나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등 학교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자립형 학교 설립을 확대해 민간의 교육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뿐 아니라 직업교육도 가능한 종합학교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에 다양성과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처럼 정부가 방향을 정해주는 개혁으로는 다양성과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산 유웨이중앙교육 대표는 “정부는 사교육 업체들의 성공한 시스템 또는 콘텐츠를 산업으로 육성한다거나 수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완/임기훈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