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신영 씨(30)는 지난해 말 펀드 계좌를 가지고 있는 은행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으니 다른 펀드로 갈아타라는 내용이었다. 기존 펀드를 환매한 뒤 1000만원을 새로운 펀드로 바꿔 탔더니 통장에 찍힌 금액은 990만원. 은행이 선취 수수료로 10만원을 떼어간 것이다.
◆수익률 뒤에 숨겨진 펀드 수수료
통상 은행 창구 직원들은 펀드를 추천할 때 수익률 중심으로 비교적 소상한 설명을 하지만 보수(수수료) 구조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선취 수수료와 연간 판매보수를 합하면 연 2% 가까운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수수료에 다소 둔감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수수료는 금융회사별 격차가 의외로 크다. 은행과 증권사 간 판매보수는 어림잡아 연 0.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은행과 증권사 권역 내에서도 제법 편차가 있다. 이 때문에 어떤 금융회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사후에 체감하는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판매 창구에서 일일이 알려주지 않더라도 펀드 판매 보수나 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절대 수치는 작아보일 수 있지만 투자 금액이 많거나 장기간 투자할 경우 펀드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펀드라도 이름 맨 뒤에 붙어 있는 알파벳(A, C, D, F, E, S)으로 펀드 클래스(유형)를 나눠 선취 수수료와 각종 보수 등 차감방식이 달라진다. 투자기간과 자금 납입 방식을 고려해 적절한 유형을 골라야 한다. A형은 선취 수수료를 떼고 나중에 투자하는 적립금에 대해서는 보수가 작기 때문에 한꺼번에 자금을 넣는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고, C형은 선취 수수료가 없어 단기 투자나 적립식 펀드에 활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회사채, 장내에선 이자 더 챙겨
같은 날 똑같은 채권을 매수하더라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식처럼 매일 활발하게 사고팔지 않다 보니 증권사 영업점에서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1일 주요 증권사 영업점(장외시장)은 아시아나항공 회사채(79회) 7억6000만원어치(금융투자협회 집계치)를 팔았다. 기대 수익률은 연 4.98%였다. 하지만 이날 이 채권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열어봤다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장내시장에선 같은 채권이 연 5.29% 수익률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수수료만큼의 상대적 손해를 본 것이다.
◆ELS도 판매사별로 제각각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도 수익률을 따지기에 앞서 가입할 금융회사부터 유심히 살펴야 한다. 같은 조건의 상품이라도 판매처별로 연 2~3%포인트 수익률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 손에 쥘 수 있는 수익률은 증권사보다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가 더 낮다. 직접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와 달리 상품을 가져와 파는 은행에서는 판매 수수료가 이중으로 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오상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상품의 특징, 신용도가 제각각인 만큼 금융회사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매기는 것을 나무라긴 어렵다”며 “금융회사와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를 꼼꼼히 비교해 상품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2위 업체가 잇달아 수수료를 낮추자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ETF 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공고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 경쟁과 관련해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업계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ETF 시장의 운용 전문가들이 수수료보다 상품 품질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ETF 수수료가 낮아지면 투자자로서는 당장 손해 볼 건 없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의 진입 장벽을 높여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당국 인식이다. 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보다 ETF 상품 간 차별성 경쟁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비슷비슷한 지수 기반 ETF를 놓고 경쟁하다 보니 결국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더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게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아직은 일부 지수 추종형 ETF 수수료만 낮추고 있는데, 다른 상품으로 확산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걱정했다.최만수/양지윤 기자
대두(콩)를 주원료로 쓰는 주요 식품기업 주가가 이달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 여파로 콩 가격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7일 샘표는 1.11% 내린 4만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내내 3만원대 후반에 거래된 이 종목은 지난 4일 4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직후 다시 상승폭을 반납했다. 샘표의 자회사 샘표식품은 1.91% 하락한 2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거래일간 5.53% 올랐지만 이날은 내리막을 탔다. 간장, 된장 등 장류 제조기업 신송식품의 모기업 신송홀딩스(-2.47%)를 비롯해 사조대림(-2.24%), 풀무원(-0.5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이들 기업 주가는 콩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초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부셸당 10.12달러 수준에 거래되던 콩 선물 근월물은 미·중 간 관세 갈등이 불거진 후인 4일 10.75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콩 생산국이다. 중국은 세계 콩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소비국이다. 미·중 간 갈등이 본격화하면 콩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두 국가 간 관세 전쟁이 잠시 잠잠해지자 이날 콩 선물 가격(10.61달러)은 소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관련 국내 식품주도 함께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증권가에선 이른바 ‘대두주’로 묶인 식품기업의 매출 구조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콩 가격이 단기간 상승하더라도 식품기업이 이를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해 이익을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식품기업은 간장 등 장 종류와 두부, 두유 등 완성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파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구조다. 콩 가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