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한양대생들이 동문기업인 3D애비에이션의 드론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양대 제공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한양대생들이 동문기업인 3D애비에이션의 드론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양대 제공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 행사장. 머리가 희끗한 백인 신사가 한양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플랫폼베이스의 부스를 찾았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올해 CES 행사장에 ‘한양대 스타트업관’을 설치하고 한양대 출신이거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창업가들의 스타트업 아홉 곳의 부스를 마련했다.

중년 신사는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네이티브알파의 투자 담당 임원이었다. 그는 플랫폼베이스가 개발한 디지털록(전자 잠금장치)에 관심을 보였다. 디지털록 하나로 건물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1000만달러 안팎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한양대 기업가센터의 최진영 교수는 “아직 투자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50억~100억원 정도의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CES에 진출한 한국 대학들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부스를 차린 한양대에는 투자 제안과 제품 구매 문의가 잇따랐다. 나란히 참가한 서울과학기술대 학부생들에 대한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들의 채용 제안도 잇따랐다.

한양대 스타트업 중에는 교육용 드론을 제작하는 3D애비에이션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고교 로봇교육 위탁업체인 로봇포유는 5년간 드론 50만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3D애비에이션 측이 전했다. 장성욱 3D애비에이션 대표는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목표로 했는데 CES에서 반응이 좋아 유럽과 미국 진출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대 공대는 혜윰이노베이션이 제작한 3차원(3D) 프린터를 50대가량 구매해 학생 교육용으로 쓰겠다고 제안했다. 가격이 싸고 일반 프린터에 비해 안전성이 강화돼 교육용으로 강점이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CES 간 한양대 스타트업…"100억원 투자제안 받았어요"
학부생을 중심으로 CES에 참가한 서울과학기술대에는 인재 영입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지름 1㎝ 바둑돌에 글씨를 쓸 수 있는 원격 로봇팔을 출품한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서야결 씨(26) 팀은 미국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등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인 크레스타펀드 설립자인 조지 하버는 서씨에게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서씨가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며 고사하자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주겠다”며 명함을 건넸다.

미국 디자인 기업 트라이던트디자인의 선임 디자이너 브렛 굴드는 학생들에게 “시제품 디자인을 할 때 같이할 생각이 있느냐”며 “만약 코딩 작업에 참가한다면 급료를 얼마 정도 받고 싶냐”고 물었다. 손동작으로 움직이는 스마트자동차를 출품한 주정민 씨에게는 여러 기업이 “실제 차량에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았다.

해외 기업들은 학부생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배경에 관심을 뒀다는 전언이다. 서울과기대에서 CES에 참가한 작품은 저학년 때 로봇이나 기계 관련 설계 주제를 정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한 뒤 4학년 때 졸업작품을 내놓는 ‘설계 기반 학습(ADBL)’을 통해 제작했다. 인도 교육부의 안트릭시 조리 인재개발담당관은 “ADBL과 같은 교육과정은 어떻게 꾸릴 수 있나”고 문의하기도 했다.

서울과기대 관계자는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출품작이 학부생 졸업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매우 놀라워했다”며 “올해가 첫 번째 참가임에도 해외 기업들의 반응이 뜨거워 내년에도 적극 참가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