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등이 들어선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새 아파트가 늘고 있다. 전주 덕진구 팔복동 황방산에서 바라본 전경. 윤아영 기자
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등이 들어선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새 아파트가 늘고 있다. 전주 덕진구 팔복동 황방산에서 바라본 전경. 윤아영 기자
호남고속철도(KTX) 전주역에서 전주 시내 한옥마을까지 가는 도로 주변엔 10층 이상 건물이 드물다. 실개천과 한옥, 낮은 건물 사이로 오래된 아파트가 가끔 눈에 들어오는 정도다. 65만명이 사는 작지 않은 도시 치고는 한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전통의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을 지키려는 전주시 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전주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전라북도청과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한 서부신시가지가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옥마을 인근과 전주시청 전북대 등이 있는 기존 도심권은 건축물 내부 리모델링을 하는 방식으로 예전 가옥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분양가 3.3㎡당 600만→800만원대

전주 서부신시가지는 전북혁신도시가 들어선 곳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전라북도청, 전북지방경찰청, 국민연금공단, 지적공사 등 주요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옮겨오면서 전주의 새 행정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2010년대 들어 인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전북 다른 지역과 달리 전주는 인구 유입이 꾸준하다. 전주시 인구는 작년 10월 말 기준 65만4215명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3000명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새 아파트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만성지구, 효천지구 등 6개 택지지구에서 7272가구가 쏟아졌으며 올해도 오는 9월까지 예정된 아파트 분양 물량만 5365가구에 이른다. 올해 연간 공급량은 7000가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천동 일대에 조성되는 전주에코시티는 지난해 2746가구를 포함해 2020년까지 총 1만30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청약시장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전주에코시티 청약 경쟁률은 평균 50 대 1을 넘었다. 3.3㎡당 600만원 선을 유지하던 아파트 분양가도 지난해 800만원대로 올라섰다. 송천동 J공인 관계자는 “전주시에서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3.3㎡당 900만원대로 곧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2010년 3.3㎡당 평균 469만원이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557만원으로 18% 이상 올랐다. 2005년 분양 당시 529만원(3.3㎡당)이던 효자동2가의 아파트가 지금은 792만원(3.3㎡당)까지 뛰었다.

◆신시가지 상가는 공급과잉 우려

전주 내·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약 6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기존 도심 관광상권이 커지고 있다. 부족한 숙소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호텔을 짓거나 폐가를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전주시도 한옥마을 상권 조성과 한옥 리모델링 비용 지원, 문화콘텐츠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반면 서부신시가지와 택지지구 내 상권은 아직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상가 건설은 단기간에 활발히 이뤄졌지만 임차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곳곳에 빈 상가가 적지 않다. 다만 앞으로 아파트 단지 입주가 이어질 예정이라 상권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균우 상가컨설팅 대표는 “서부신시가지를 조성한 지 10년이 됐지만 상권 활성화는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