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 공포…지난해 국제유가 10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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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에서 제시된 지지선들이 파죽지세로 붕괴된 지난해 국제유가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47.5% 떨어져 29년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 평균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인 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69달러로 2005년의 49.59달러 이후 가장 낮다.
국제유가의 기준 역할을 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48.76달러로 2004년(41.47달러) 이후 11년 만에 40달러대로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역시 53.60달러로 2005년(55.26달러) 이후 최저치다.
2014년 4분기부터 본격화한 국제유가의 하락 속도는 거의 모든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두바이유만 따져보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7.5% 하락했다. 이런 하락폭은 1986년(-51%)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당시 사우디가 석유시장 패권을 장악하려고 급작스럽게 생산량을 늘리면서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후 유가는 1990년대 말까지 15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2000년에 와서야 20달러대로 올라섰다.
2000년에 연평균 26.31달러로 1년 새 52% 뛴 두바이유 가격은 2004년 33.74달러, 2005년 49.59달러, 2006년 61.59달러로 꾸준히 상승했다.
2008년 90달러대까지 오른 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으나 2011년 다시 100달러대가 됐다.
이후 2012년 109.03달러, 2013년 105.25달러로 고유가 시대를 이어가다 2014년 말 가파른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번 유가 하락은 원유의 공급과잉 상태가 수년째 지속된 것과 중국 경기 둔화, 중동 지역 갈등, 달러화 강세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저유가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미국 셰일석유·가스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유가 하락을 무릅쓰고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유가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그동안 생산량을 조절해 원유 시장을 통제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분 탓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까지 하락했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라는 양대 요인이 시장을 짓누르며 비관론이 확산되자 최근 유가 하락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최근까지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48.76달러였고 브렌트유가 53.6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가 바뀌면서 국제유가가 말 그대로 추락한 셈이다.
이란 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온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9.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진 것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94달러(6.3%) 하락한 배럴당 28.94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2월 이래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국제 유가 하락세에 베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올 상반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하반기에나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 강세를 이유로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지면 10달러대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전문가들이 올해도 (원유) 생산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지 시간으로 16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원유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제재 해제에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단절 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이란으로 인해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매장 국가다.
영국의 BBC는 이란이 제재에서 풀려나면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280만배럴에서 480만배럴로 70% 이상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면 1주일 이내에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6개월 이내에 하루 100만 배럴로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유가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비슷하고 현재의 달러화 흐름과 미국의 정책금리 흐름이 1990년대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1990년대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도 1990년대 중·후반처럼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OPEC의 결속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원유 생산쿼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원유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공급 쇼크가 발생했다는 점도 흡사한 점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bk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한 해 동안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47.5% 떨어져 29년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 평균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인 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69달러로 2005년의 49.59달러 이후 가장 낮다.
국제유가의 기준 역할을 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48.76달러로 2004년(41.47달러) 이후 11년 만에 40달러대로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역시 53.60달러로 2005년(55.26달러) 이후 최저치다.
2014년 4분기부터 본격화한 국제유가의 하락 속도는 거의 모든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두바이유만 따져보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7.5% 하락했다. 이런 하락폭은 1986년(-51%)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당시 사우디가 석유시장 패권을 장악하려고 급작스럽게 생산량을 늘리면서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후 유가는 1990년대 말까지 15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2000년에 와서야 20달러대로 올라섰다.
2000년에 연평균 26.31달러로 1년 새 52% 뛴 두바이유 가격은 2004년 33.74달러, 2005년 49.59달러, 2006년 61.59달러로 꾸준히 상승했다.
2008년 90달러대까지 오른 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으나 2011년 다시 100달러대가 됐다.
이후 2012년 109.03달러, 2013년 105.25달러로 고유가 시대를 이어가다 2014년 말 가파른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번 유가 하락은 원유의 공급과잉 상태가 수년째 지속된 것과 중국 경기 둔화, 중동 지역 갈등, 달러화 강세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저유가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미국 셰일석유·가스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유가 하락을 무릅쓰고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유가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그동안 생산량을 조절해 원유 시장을 통제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분 탓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까지 하락했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라는 양대 요인이 시장을 짓누르며 비관론이 확산되자 최근 유가 하락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최근까지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48.76달러였고 브렌트유가 53.6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가 바뀌면서 국제유가가 말 그대로 추락한 셈이다.
이란 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온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9.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진 것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94달러(6.3%) 하락한 배럴당 28.94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2월 이래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국제 유가 하락세에 베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올 상반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하반기에나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 강세를 이유로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지면 10달러대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전문가들이 올해도 (원유) 생산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지 시간으로 16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원유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제재 해제에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단절 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이란으로 인해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매장 국가다.
영국의 BBC는 이란이 제재에서 풀려나면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280만배럴에서 480만배럴로 70% 이상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면 1주일 이내에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6개월 이내에 하루 100만 배럴로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유가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비슷하고 현재의 달러화 흐름과 미국의 정책금리 흐름이 1990년대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1990년대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도 1990년대 중·후반처럼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OPEC의 결속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원유 생산쿼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원유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공급 쇼크가 발생했다는 점도 흡사한 점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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