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SPP조선이 1년8개월 만에 선박 수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SPP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반대하던 수출입은행이 조건부 동의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SPP조선이 수익성을 보장받은 수주를 하고, 계속 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RG를 발급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RG란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때, 배를 주문한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선주는 RG 발급을 확인한 뒤 대금을 지급하고, 조선사는 이 자금으로 원자재를 구매해 선박 건조를 시작한다.

RG가 발급되지 않으면 선박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 SPP조선은 지난해 하반기 유조선 8척을 사실상 수주했지만 수출입은행이 RG 발급을 반대하면서 계약을 놓쳤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저가 수주가 재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SPP조선은 채권단과 ‘RG를 발급할 경우 채권단 100%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협의해 수출입은행만 반대했는데도 RG를 발급받지 못했다.

하지만 SPP조선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SPP조선 역시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하자 수출입은행도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SPP조선의 신규 수주가 가능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SPP조선은 2014년 5월 이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했다. 추가 수주가 없다면 내년 말 일감이 아예 사라진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