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서 한 인터뷰에서 “2차 아베노믹스 목표인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정부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서 한 인터뷰에서 “2차 아베노믹스 목표인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정부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과학 강국’ 일본의 비결은 자신(기업)의 미래를 위해 연간 13조엔(약 130조원)을 쓰는 기업에 있습니다.”

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 겸 일본공학아카데미(EAJ) 회장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일본은 21세기에 들어서만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세계 2위 수상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수상 후보가 많고, 앞으로 더 많은 일본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출산·고령화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고미야마 이사장은 “여성이 최소 아이 두 명을 낳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 인터뷰] 고미야마 히로시 "일본 24명 노벨상 비결, 미래 위해 연 130조원 쓰는 기업들에 있다"
▷일본은 지난해 두 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24명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만 16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일본에서는 1900년대 초반부터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자가 많았습니다. 1901년 1회 노벨물리학상은 항독소 연구를 주도한 기타사토 시바사부로 박사가 받았어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노구치 히데요, 스즈키 우메타로 등 노벨상을 받지 못한 훌륭한 과학자가 수없이 많습니다.”

▷왜 그들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까.

“초기에 노벨상은 백인을 위한 상이며 자신(서방)들이 ‘과학’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일본 과학자로선 1949년 유카와 히데키 교토대 교수가 물꼬를 텄습니다. 중간자 이론을 처음 정립한 사람입니다. 유카와 교수마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면 노벨상의 권위까지 의심받았을 겁니다. 일본은 지금도 수상 후보가 많고, 앞으로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을 한번 봅시다. 2014년 일본 과학기술 연구비인 18조9700억엔(약 190조원)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8%였습니다. 이 중 기업이 부담한 금액이 13조5800억엔으로 70% 이상이었습니다. 기업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돈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정부 예산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교해보면 일본 국가예산에서 과학기술 연구비 비중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일본 역시 문제입니다. 다만 거시적으로 보면 기업이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연구 환경은 차이가 없습니까.

“우수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지닌 인재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쿄대 나고야대 교토대 등처럼) 한 대학, 한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세 명 이상씩 나올 수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키워내는 겁니다. 아직 노벨상을 받진 못했지만 금속재료연구소가 있는 도호쿠대는 하이브리드차 등에 들어가는 자석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어디’ 하면 ‘무엇’이라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있어야 합니다.”

▷도쿄대 총장 시절에는 ‘도쿄대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교육개혁을 주도했습니다. 바람직한 교육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지식’과 ‘타인을 느끼는 힘’, ‘선두에 설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핵가족화하면서 젊은이들이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원자화, 고립화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느끼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선두에 설 용기’는 어떤 뜻인지요.

“가장 중요한 것이 저는 ‘선두에 설 용기’라고 봅니다. 현재에 안주하면 혁신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이 점에서 한국이나 일본은 상당히 불리한 사회 분위기입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와 같은 가치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없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타파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앞장서서 개혁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플래티넘 구상 네트워크’ 회장으로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신생아 수는 이미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이 수는 줄고 있지만 다행히 평균수명 연장으로 전체 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저출산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인류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아이를 두 명씩 낳도록 할지가 중요합니다.”

▷저출산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프랑스 스위스나 북유럽 5개국이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사람의 아이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아이건 법률적으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합니다. 출산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프랑스는 세 명의 아이를 낳으면 연간 6만유로 상당의 지원이 있습니다. 여성이 계속 일할 여건을 조성해 주는 등 이들 세 가지가 저출산을 해소하는 방법입니다.”

▷국가 재정엔 문제가 없습니까.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저출산을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국가가 앞서 말한 나라들입니다.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국가도 나랏돈을 쓰는 곳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이런 문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2기 아베노믹스의 목표인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지금 일본 정부의 대응은 불충분합니다. 아이 두 명을 낳아도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남성의 출산휴가 장려나 재택근무 확산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두가 오전 9시에 만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회는 고도성장기의 모습입니다. 이런 인식에서 탈피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화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떤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 15세에 일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보통 22세 이후 대학을 졸업합니다. 그렇다면 22~70세를 생산가능인구로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년은 육체노동 중심인 고도성장기의 기준입니다. 지식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는 더 자유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중국 중화학공업은 포화상태입니다. 서비스산업이 어디까지 발전할지가 중요한 변수로 보입니다. 이번에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새로운 협약인 ‘파리협약’을 채택한 영향이 중국엔 클 겁니다. 재생에너지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중국 경제에 새로운 제약이 생겼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노베이션의 씨앗을 뿌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입니다.”

고미야마 이사장은…日 국가전략실 고문 역임…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앞장

[특별 인터뷰] 고미야마 히로시 "일본 24명 노벨상 비결, 미래 위해 연 130조원 쓰는 기업들에 있다"
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일본에서 ‘플래티넘 사회 건설’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2009년 3월 도쿄대 총장을 퇴임한 뒤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건강한 초고령사회’ 실현을 목표로 ‘플래티넘 구상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고미야마 이사장은 “현시점에서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것 중 하나가 환경문제지만 10년가량 뒤엔 세계적인 고령화로 초고령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래티넘(백금)’이란 말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노인을 ‘실버’라고 부르는데 실버(은)는 활력이 없고 귀금속에서도 금보다 아래”라며 “플래티넘은 건강한 이미지로 품격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고미야마 이사장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시절 국가전략실 고문을 맡아 지구 온난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관련 정책을 제안했다. 아베 신조 1차 내각에서는 정부 교육재생회의 위원으로 인재 육성과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학술연구기관인 일본공학아카데미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44년 일본 도치기현 출생 △1963년 도야마고 졸업 △1967년 도쿄대 화학공학과 졸업 △1969년 도쿄대 화학공학 석사 △1972년 도쿄대 화학공학 박사 △1972년 도쿄대 화학공학과 조교수 △2000년 도쿄대 공학연구과장 △2005년 도쿄대 총장 △2009년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현)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