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LCD 치킨게임…40인치 패널값 70달러대 추락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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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업체, 정부 지원금 받고 10.5세대 착공 등 증산 경쟁
패널값 6개월 만에 반토막 위기
LGD·삼성디스플레이, 수익성 우선으로 방향 선회
중국에 시장 주도권 넘어갈 듯
패널값 6개월 만에 반토막 위기
LGD·삼성디스플레이, 수익성 우선으로 방향 선회
중국에 시장 주도권 넘어갈 듯
한국 LCD(액정표시장치)산업이 중국과의 치킨게임에서 밀려 기로에 섰다. 중국 업체의 ‘묻지마’ 증산으로 LCD 패널 가격이 원재료비 수준까지 폭락했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10.5세대 생산라인을 착공하는 등 증산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원가가 90달러 수준인 40인치 패널값이 1분기에 70달러 밑으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LG·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증산 경쟁에서 한 발을 뺐다. 2018년이면 디스플레이산업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LCD 패널값, 반년 만에 ‘반토막’
20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40인치 풀HD 패널(오픈셀 기준)은 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7월만 해도 135달러에 팔리던 제품이다. 게다가 “TV메이커들은 1분기 중 가격을 70달러 이하로 낮춰달라고 패널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IHS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반년 만에 값이 반토막 난다. IHS는 40인치 패널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를 90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패널 업체들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32인치 패널값도 현재 55달러에 불과하다. 작년 7월 81달러에서 31%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CD 가격은 원재료비 수준”이라며 “더 떨어질 경우 패널을 만들어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패널값의 추락은 지난해 3분기 본격화됐다. 3분기에 9% 내렸던 패널값은 4분기 약 20% 하락으로 가팔라지더니 올 들어선 브레이크가 풀려 버렸다. 이는 TV 수요가 줄고 있는데 중국의 ‘묻지마’ 증산이 이어지며 수급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10% 이상 초과하면 본격 공급과잉 상태라고 보는데 올해는 그 격차가 12~13%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의 위기가 반영되면서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LG·삼성디스플레이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CD 패널의 가격 하락세가 개선되려면 패널 업체들의 가동률 조정이 필요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생산을 계속해 가격 바닥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중국 “시황 고려 않고 투자 늘리겠다”
LCD 치킨게임의 승패는 명확해 보인다. 지난해 1년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8세대 이상 공장의 생산능력은 58.4% 급증했다. 한국은 5.5%, 일본은 2.6% 감소했다. 게다가 BOE는 지난해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에 세계 최대 LCD라인인 10.5세대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축구장 20개가 넘는 대규모로, BOE는 앞으로 3년간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8년 양산이 시작되면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에서 넘볼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왕둥성 BOE 회장은 착공식에서 “시황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를 늘려 2022년 삼성과 LG를 넘어 세계 1위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왕 회장의 자신감은 정부의 지원에서 기인한다. 10.5세대 라인 초기 투자금액 400억위안의 10%인 40억위안을 뺀 나머지를 중국 정부가 대준다. 게다가 직원을 고용하면 고용지원금, 수출하면 수출지원금 등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디스플레이를 ‘7대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첫 시찰지로 충칭에 있는 BOE 8.5세대 공장을 찾아 “혁신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 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업체 IHS는 2018년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37%로 떨어지고 중국·대만 점유율은 42%로 올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도 10.5세대 투자를 고심해왔다. 하지만 투자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치킨게임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다. 대신 LCD에선 울트라HD급 패널 생산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기술에서 앞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생각이다. 한 부회장은 “중국 업체는 아직 수익성도 떨어지고 울트라HD급 디스플레이 생산기술도 부족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0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40인치 풀HD 패널(오픈셀 기준)은 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7월만 해도 135달러에 팔리던 제품이다. 게다가 “TV메이커들은 1분기 중 가격을 70달러 이하로 낮춰달라고 패널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IHS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반년 만에 값이 반토막 난다. IHS는 40인치 패널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를 90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패널 업체들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32인치 패널값도 현재 55달러에 불과하다. 작년 7월 81달러에서 31%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CD 가격은 원재료비 수준”이라며 “더 떨어질 경우 패널을 만들어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패널값의 추락은 지난해 3분기 본격화됐다. 3분기에 9% 내렸던 패널값은 4분기 약 20% 하락으로 가팔라지더니 올 들어선 브레이크가 풀려 버렸다. 이는 TV 수요가 줄고 있는데 중국의 ‘묻지마’ 증산이 이어지며 수급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10% 이상 초과하면 본격 공급과잉 상태라고 보는데 올해는 그 격차가 12~13%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의 위기가 반영되면서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LG·삼성디스플레이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CD 패널의 가격 하락세가 개선되려면 패널 업체들의 가동률 조정이 필요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생산을 계속해 가격 바닥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중국 “시황 고려 않고 투자 늘리겠다”
LCD 치킨게임의 승패는 명확해 보인다. 지난해 1년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8세대 이상 공장의 생산능력은 58.4% 급증했다. 한국은 5.5%, 일본은 2.6% 감소했다. 게다가 BOE는 지난해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에 세계 최대 LCD라인인 10.5세대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축구장 20개가 넘는 대규모로, BOE는 앞으로 3년간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8년 양산이 시작되면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에서 넘볼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왕둥성 BOE 회장은 착공식에서 “시황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를 늘려 2022년 삼성과 LG를 넘어 세계 1위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왕 회장의 자신감은 정부의 지원에서 기인한다. 10.5세대 라인 초기 투자금액 400억위안의 10%인 40억위안을 뺀 나머지를 중국 정부가 대준다. 게다가 직원을 고용하면 고용지원금, 수출하면 수출지원금 등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디스플레이를 ‘7대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첫 시찰지로 충칭에 있는 BOE 8.5세대 공장을 찾아 “혁신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 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업체 IHS는 2018년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37%로 떨어지고 중국·대만 점유율은 42%로 올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도 10.5세대 투자를 고심해왔다. 하지만 투자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치킨게임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다. 대신 LCD에선 울트라HD급 패널 생산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기술에서 앞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생각이다. 한 부회장은 “중국 업체는 아직 수익성도 떨어지고 울트라HD급 디스플레이 생산기술도 부족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