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부르는 유통구조] 7단계 거쳐 산지→소비자…양파값 68%·닭고기값 58%는 '상인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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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서 가장 비싼 농축산물
'기름값' 닮은 후진적 유통
산지값 뛰면 소비자가격 껑충
내릴땐 꿈쩍도 안해
산지유통인 투기행위 빈번
경매방식 가격결정도 영향
'기름값' 닮은 후진적 유통
산지값 뛰면 소비자가격 껑충
내릴땐 꿈쩍도 안해
산지유통인 투기행위 빈번
경매방식 가격결정도 영향
전남 무안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동네 마트에 들를 때마다 께름칙한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한 망(2㎏)에 1600원을 받고 산지 상인에게 넘긴 양파가 세 배에 달하는 4200원에 팔리고 있어서다.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붙는 것은 당연하지만, 열심히 농사지은 자신보다 중간상인들이 더 많은 이익을 보는 구조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유통비가 소비자가격 70% 웃돌기도
농수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는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34개 주요 농산물 가격을 분석한 결과 45%는 유통비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산물 가격이 1000원이라면 450원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는 의미다. 고랭지무와 고랭지배추는 유통비용 비중이 72.0%와 71.8%에 이른다. 양파(68.4%) 고구마(59.7%) 닭고기(58.4%) 등도 유통마진이 절반 이상이다.
농수산물 유통과정은 농가→생산자단체→산지유통인→도매시장 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 등 5~7단계로 복잡하다. 이처럼 긴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다 보니 농가에서 산지 유통상에 300원에 넘긴 배추 한 포기가 산지 유통(570원)→도매시장법인(930원)→중도매인(1160원)→소매상을 거쳐 1400원으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축산물은 농수산물보다 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며 가격거품이 발생한다. 도축비, 등급판정 수수료, 냉장운송비 등 농수산물에는 없는 단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기름 값’과 비슷한 농축산물 가격 변동
2010년 폭우로 고랭지배추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배추값은 포기당 1만원 넘게 뛰었다. 산지 상인이 가격을 높이기 위해 배추 출하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간상인들의 개입은 농수산물 가격을 왜곡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산지 유통인이 농산물을 잔뜩 사 놓고 창고에 쌓아둔 뒤 가격이 높아진 다음에야 도매시장에 내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물 가격도 비슷하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한우 도매가격이 1% 하락하면 소매 유통마진은 0.56% 증가한다. 유통업자들이 가격 하락분을 최종 가격에 반영하기 전에 이익을 남긴다는 얘기다. 농축산물 가격결정 구조가 인상 요인은 ‘칼같이’ 반영하고, 인하 요인은 무시되는 ‘기름값’의 움직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방식으로 결정되는 농산물 도매가격 결정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일 유입되는 농산물 물량이 얼마냐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불안정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인은 “물량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치 앞의 가격을 내다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장을 거치는 농산물의 86%는 경매를 통해 가격이 정해진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경매수수료 수익은 한 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과정의 독과점적인 폐쇄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수 도매법인이 독과점적 수탁판매권을 쥐고 있어 신규 자본과의 경쟁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농가의 ‘깜깜이 생산’ 관행도 개선해야
재배 시점부터 수급조절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점도 불안한 가격 구조 요인이 되고 있다. 농민들은 내년 시세가 어떨지 예측하기 쉽지 않고, 주로 당장의 시세를 기준으로 재배 작물을 결정하고 있다. 연초에 가격이 좋은 작물에만 이른바 ‘몰빵’하는 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생산자 조직화가 미흡한 탓에 과잉·과소 재배가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왜곡된 유통구조는 수입 농산물 가격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지만 효과가 농수산물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농수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는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34개 주요 농산물 가격을 분석한 결과 45%는 유통비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산물 가격이 1000원이라면 450원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는 의미다. 고랭지무와 고랭지배추는 유통비용 비중이 72.0%와 71.8%에 이른다. 양파(68.4%) 고구마(59.7%) 닭고기(58.4%) 등도 유통마진이 절반 이상이다.
농수산물 유통과정은 농가→생산자단체→산지유통인→도매시장 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 등 5~7단계로 복잡하다. 이처럼 긴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다 보니 농가에서 산지 유통상에 300원에 넘긴 배추 한 포기가 산지 유통(570원)→도매시장법인(930원)→중도매인(1160원)→소매상을 거쳐 1400원으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축산물은 농수산물보다 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며 가격거품이 발생한다. 도축비, 등급판정 수수료, 냉장운송비 등 농수산물에는 없는 단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기름 값’과 비슷한 농축산물 가격 변동
2010년 폭우로 고랭지배추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배추값은 포기당 1만원 넘게 뛰었다. 산지 상인이 가격을 높이기 위해 배추 출하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간상인들의 개입은 농수산물 가격을 왜곡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산지 유통인이 농산물을 잔뜩 사 놓고 창고에 쌓아둔 뒤 가격이 높아진 다음에야 도매시장에 내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물 가격도 비슷하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한우 도매가격이 1% 하락하면 소매 유통마진은 0.56% 증가한다. 유통업자들이 가격 하락분을 최종 가격에 반영하기 전에 이익을 남긴다는 얘기다. 농축산물 가격결정 구조가 인상 요인은 ‘칼같이’ 반영하고, 인하 요인은 무시되는 ‘기름값’의 움직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방식으로 결정되는 농산물 도매가격 결정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일 유입되는 농산물 물량이 얼마냐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불안정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인은 “물량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치 앞의 가격을 내다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장을 거치는 농산물의 86%는 경매를 통해 가격이 정해진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경매수수료 수익은 한 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과정의 독과점적인 폐쇄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수 도매법인이 독과점적 수탁판매권을 쥐고 있어 신규 자본과의 경쟁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농가의 ‘깜깜이 생산’ 관행도 개선해야
재배 시점부터 수급조절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점도 불안한 가격 구조 요인이 되고 있다. 농민들은 내년 시세가 어떨지 예측하기 쉽지 않고, 주로 당장의 시세를 기준으로 재배 작물을 결정하고 있다. 연초에 가격이 좋은 작물에만 이른바 ‘몰빵’하는 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생산자 조직화가 미흡한 탓에 과잉·과소 재배가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왜곡된 유통구조는 수입 농산물 가격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지만 효과가 농수산물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