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아들에 죄책감 없으십니까?"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도 피의자인 아버지 최 모씨(34)와 어머니 한 모씨(34)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내 "얼굴 공개하라"는 흥분한 일부 주민들의 고성과 육두문자가 터져나왔습니다.

'뉴스래빗'은 한파가 맹위를 떨친 21일 오전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 현장 검증에 다녀왔습니다.

↓ [360 현장] '부천 초등생 시신 유기' 2차 현장검증

이날 첫 번째 현장 검증은 오전 9시 15분 쯤 시작됐습니다. 한씨가 아들의 시신 일부를 유기한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시민회관의 여자 야외 화장실이었습니다. 곤색 모자에 마스크와 귀마개를 한 한씨는 경찰에 둘러싸인 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약 5분 뒤 검증을 마친 한씨가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현장 통제로 화장실 안쪽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한씨가 사건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 번째 현장 검증이 속전속결 이어졌습니다. 야외 화장실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3동의 한 다세대 빌라. 2012년 11월 8일 아들 최군(당시 7세)이 살해된 곳이자, 이들 가족이 살던 집입니다.

4년 전 최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씻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구 때려 숨지게했습니다. 쓰러진 아들 옆에서 밤새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아들이 숨지자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어머니 한씨는 최씨의 폭력을 방조했습니다. 말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시신 훼손과 유기를 도왔습니다. 시신 일부는 집 냉장고에, 다른 일부는 1차 검증 현장이었던 시민회관 여자 화장실과 쓰레기 봉투에 싸서 버렸습니다.

여자 화장실에 시신을 버린 이가 한씨였습니다. 최씨와 한씨는 아들 시신을 훼손하기 전 "배가 고프다"며 치킨을 함께 시켜먹었습니다.

↓ [360 현장] '부천 초등생 시신 유기' 1차 현장검증


검증은 오전 9시 25분 쯤 재개됐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최씨와 한씨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호송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어 종이박스로 만든 냉장고 모형도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훼손한 아들의 시신을 보관했던 집안 냉장고의 재연용이었습니다.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온 아버지 최씨에게 "아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죄책감은 없었느냐"고 취재진은 또 물었습니다. 패딩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으로 가린 최씨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호송 차량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현장검증을 진행했으며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날 현장에는 현장을 취재하려는 기자들 뿐 아니라 근처 주민들도 많이 모였습니다.

특히 시신이 훼손된 장소로 지목된 한 다세대 빌라 옆은 비교적 넓은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한 주민은 "자신의 아이도 같은 또래인데 어떻게 자식을 그렇게 할 수 있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주민은 "경찰들이 많이 있길래 한 번 와봤는데 우리 동네에 이런 일이 있는지 몰랐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습니다. 올 들어 가장 차가웠던 겨울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놀이터를 휘감고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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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기자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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