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쿵푸팬더3’를 연출한 여인영 감독(왼쪽)과 목소리를 연기한 미국 코미디언 잭 블랙.
영화 ‘쿵푸팬더3’를 연출한 여인영 감독(왼쪽)과 목소리를 연기한 미국 코미디언 잭 블랙.
“판다 곰의 고장인 중국 쓰촨성을 방문했을 때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곳 산에 올랐을 때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 아름다운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그 풍경을 판다 마을에 녹여내 표현했습니다. 판다 마을에서 포(주인공 판다 곰)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동료들과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죠.”

오는 28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흥행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를 연출한 한국계 여인영 감독(44·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은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의 라이벌인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의 첫 여성 감독이자 첫 아시아계 감독인 그는 데뷔작 ‘쿵푸팬더2’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3편의 악당은 황소 캐릭터예요. 1편의 큰 고양이, 2편의 새 캐릭터 악당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데다 초능력을 지녔어요. 포가 상대하기 어려운 악당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전편에 비해 액션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날 회견에는 포 목소리를 연기한 미국 유명 코미디언 잭 블랙이 함께했다. 여 감독은 세 편의 ‘쿵푸팬더’ 시리즈에서 12년간 포의 목소리 연기를 해온 블랙을 칭찬했다. 블랙이 바로 포라는 것이다. 블랙은 포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들을 냈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했다. 블랙은 “포는 내게 젊음과 순수, 소망과 따스함의 상징”이라며 “포의 목소리를 연기할 때는 데이비드 보위나 더스틴 호프먼을 흠모하던 사춘기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포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블랙은 “포는 액션 영웅이지만 마초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섬세하고 따뜻하며 연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 감독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적인 성품”이라며 “포는 외적인 강인함보다 내적 강인함을 추구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네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여 감독은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고 했다. 롱비치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한 그는 2003년 언니 여인경 씨(드림웍스 스토리 책임자) 주선으로 드림웍스에 입사했다. 원화를 그리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했던 그는 다른 직원들이 1주일 걸리는 그림을 이틀 만에 끝낼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 스토리 책임자 등 큰 역할을 맡았다. 뛰어난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팀을 통솔하는 게 감독으로서 자신의 리더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감독에겐 듣는 능력이 중요해요. 스태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내 머릿속 이미지와 잘 합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전통을 강조하는 부모님에게 동양 정서를 배웠어요. 그런 철학이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