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탈락하면 퇴직 준비…계급 정년 상관없이 베테랑 활용을"
지난 6일 단행된 총경 승진 인사 이후 일선 경찰서에서 나도는 말이다. 총포경은 경정 11년차까지 총경 승진을 하지 못한 이들을 부르는 단어다. 경정 12년차부터는 관례상 신규 승진 없이 14년차에 예정된 계급정년을 채우고 퇴직한다.
총포경은 최근 2~3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2013년 1900명이던 경정 인원이 지난해 2391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총경은 509명에서 543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일선 경찰서 과장은 “경정 수가 늘어나면서 3~4년 전부터 경감이 담당하던 지구대장직까지 경정이 맡기 시작했다”며 “근속승진제 도입 등으로 경위 및 경감 계급이 계속 늘고 있어 승진 적체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경찰 사이에는 “총경 승진이 ‘7, 8, 9’에서 ‘9, 10, 11’이 됐다”는 말이 나돈다. 과거 경정 7년차에 승진 대상으로 발탁돼 8년차에 가장 많이 승진하고 9년차에 마지막 기회를 잡던 것이 2년씩 늦어졌다는 의미다.
11년차에 총경 승진에서 탈락한 총포경들은 일찌감치 퇴직 준비에 들어간다. 서울시내의 한 지구대장은 “올해 총포경이 돼 퇴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경찰 제복을 벗은 뒤에는 전업 투자자로 나서기 위해 요즘 주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급 정년은 경정 이상부터 적용되며 경감 이하에서는 연령 정년(만 60세)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총경 승진에 유리한 보직을 맡기 위한 경정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을 필두로 서울 강남권의 형사과·생활안전과, 서울 도심의 경비과·정보과 등이 선호하는 보직이다. 일각에선 총경 자리를 더 늘리거나 경정의 계급 정년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경찰 중 공무원 4급에 해당하는 총경 비율은 0.5% 정도다. 일반직 공무원 4급이 전체 공무원 중 4.5%(2014년 통계)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올해 총경으로 승진한 경찰관은 “경무관의 일선 서장 배치를 확대하고 총경도 과장 자리에 앉히는 등 인사 적체를 해소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수 경찰이 동의하고 있다”며 “사이버범죄나 전문 수사영역 등에 전문성이 있는 경찰관이 계급 정년에 상관없이 계속 복무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동현/마지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