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중국 증시 급락 등 대외변수에 휘청이는 가운데 대형주와 소형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추락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종목 중에는 ‘흙속의 진주’도 섞여 있다는 평가다.
◆주가 복원력, 어떤 기업이 강할까
음원서비스회사 로엔은 카카오가 인수를 발표한 지난 11일 반짝 올랐지만 그날 이후 22일까지 12.3%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장 속 불안 심리에 휩쓸린 탓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로엔과의 시너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카카오택시 등 신규사업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카카오는 지난해 3, 4분기 실적이 바닥권”이라며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와 카카오뷰티(미용) 등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 강화에 탄력이 붙은 만큼 10만원대 초반은 매수할 만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신규 운영권을 거머쥔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면세점 수익성 약화 전망 등으로 올 들어 주가가 20% 안팎 하락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들 기업의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신라의 올해(2350억원)와 내년(2934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23%, 25%씩 많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없는 돌발 변수에 추락한 주가의 복원력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사를 공개하면서 SK는 올해 4.57% 떨어졌다. 한화테크윈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 한국항공우주는 올 들어 16.77% 하락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의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이슈가 부각됐지만 재무 안정성과 실적 차별화를 감안하면 지나친 낙폭”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경계해야 할 종목들은?
하지만 실적과 재무구조를 훼손하는 구조적인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저가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화(달러) 부채가 많은 종목에 대해서는 하락폭이 크더라도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지난해 말 대비 13.9% 하락) 제주항공(-21.95%) 등 항공업종과 한진해운(-19.12%) 현대상선(-31.48%) 팬오션(-17.34%) 등 해운업종이 대표적이다. 항공사와 해운사는 각각 항공기와 선박을 구매하기 위해 막대한 외화차입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외화부채가 11조590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920억원의 외화환산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대우인터내셔널(-16.51%) 현대상사(-24.13%) 한국가스공사(-10.99%) 등도 저유가 영향으로 주가가 추락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는 해외에서 가스전 등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가스판매 가격이 유가에 연동되는 만큼 유가가 하락하면 자산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2위 업체가 잇달아 수수료를 낮추자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ETF 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공고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 경쟁과 관련해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업계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ETF 시장의 운용 전문가들이 수수료보다 상품 품질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ETF 수수료가 낮아지면 투자자로서는 당장 손해 볼 건 없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의 진입 장벽을 높여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당국 인식이다. 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보다 ETF 상품 간 차별성 경쟁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비슷비슷한 지수 기반 ETF를 놓고 경쟁하다 보니 결국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더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게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아직은 일부 지수 추종형 ETF 수수료만 낮추고 있는데, 다른 상품으로 확산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걱정했다.최만수/양지윤 기자
대두(콩)를 주원료로 쓰는 주요 식품기업 주가가 이달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 여파로 콩 가격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7일 샘표는 1.11% 내린 4만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내내 3만원대 후반에 거래된 이 종목은 지난 4일 4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직후 다시 상승폭을 반납했다. 샘표의 자회사 샘표식품은 1.91% 하락한 2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거래일간 5.53% 올랐지만 이날은 내리막을 탔다. 간장, 된장 등 장류 제조기업 신송식품의 모기업 신송홀딩스(-2.47%)를 비롯해 사조대림(-2.24%), 풀무원(-0.5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이들 기업 주가는 콩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초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부셸당 10.12달러 수준에 거래되던 콩 선물 근월물은 미·중 간 관세 갈등이 불거진 후인 4일 10.75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콩 생산국이다. 중국은 세계 콩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소비국이다. 미·중 간 갈등이 본격화하면 콩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두 국가 간 관세 전쟁이 잠시 잠잠해지자 이날 콩 선물 가격(10.61달러)은 소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관련 국내 식품주도 함께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증권가에선 이른바 ‘대두주’로 묶인 식품기업의 매출 구조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콩 가격이 단기간 상승하더라도 식품기업이 이를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해 이익을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식품기업은 간장 등 장 종류와 두부, 두유 등 완성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파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구조다. 콩 가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