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약 두 시간,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역입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플랫폼에 내리면 어디선가 한약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역대합실에 들어서자 한약 냄새가 진동한다. 300㎡(약 90평) 규모의 제천역 대합실에 매장은 단 두 개. 하나는 편의점, 그 맞은편에 있는 순우리초라는 약초가게가 전부다.
철도여행객들이 충북 제천역사 약초가게인 순우리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철도여행객들이 충북 제천역사 약초가게인 순우리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달 초 기자가 제천행 열차를 탔던 이유는 “기차역 구멍가게에서 한 달에 4000만원어치의 약초가 팔린다”는 코레일 측 설명을 듣고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조선시대부터 대구 전주와 함께 3대 약령시 중 하나인 제천의 약초시장이 유명하긴 하지만 관광객이 많지도 않은 소도시 기차역 매장의 소매 매출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천시 인구는 약 30만명, 제천역 하루 유동인구는 2000명 남짓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의심은 싹 사라졌다. 약초가게라면 으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약초 자루나 널브러진 산채 보따리는 보이지 않았다. 한손에 들기 좋게 깔끔하게 포장된 약초꾸러미들, 앙증맞은 유리병에 담긴 각종 진액과 환 제품들, 여행객이 부담 없이 맛볼 수 있게 해놓은 시식대도 있었다.

제품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안팎이다. 매장 한쪽에 한방차를 마시며 역 앞 풍경을 내다볼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은 의자가 넉넉지 않은 제천역 대합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완도 순우리초 대표는 “평일에는 100만원, 주말에는 200만~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며 “폭설이 내리거나 기차가 연착하면 승객들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라고 멋쩍게 미소지었다.

제천역 매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순우리초는 전국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내년에 신원주역 입점이 확정됐고 서울역 청량리역 대전역에도 소규모 매장을 열기 위해 코레일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제천=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