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한국 화단의 거목' 김기창 화백
‘한국 화단의 거장’ ‘청각장애를 이긴 천재 화가’….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 앞엔 늘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1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8세에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었다. 아들의 미술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소개로 이당 김은호 화백을 사사하고,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며 화가로 데뷔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유명 신예 화가로서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출품해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해방 후 1946년 화가 우향 박래현과 결혼했다. 인물화와 산수화, 추상화를 폭넓게 오가며 2만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1970년대 발표한 ‘청록산수’ ‘바보산수’ 연작이 잘 알려져 있다. 1만원짜리 지폐의 세종대왕 얼굴을 그렸고, 1993년 열린 ‘팔순 기념 대회고전’ 때는 하루에 관람객 1만명이 입장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청각장애인 지원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1979년 한국농아복지회를 창설했고, 1984년 서울 역삼동에 청각장애인 복지센터인 청음회관을 세웠다. 1996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오랫동안 투병하다 2001년 1월23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