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작성한 상품권 제공 안내문.
성남시가 작성한 상품권 제공 안내문.
시행 하루 만에 ‘깡(할인)’ 대상이 된 경기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청년배당)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 청년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1인당 분기별 12만5000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으면 소득으로 인정돼 기초생활보장수급(4인 가구 기준 월 127만3516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수급액이 줄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42명으로 이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이유로 상품권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1월22일자 A1, 5면 참조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성남시 금곡동 주민센터에 확인한 결과 관할지역에서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 청년 8명 가운데 4명이 상품권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금곡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상품권이 월 소득에 합산되다 보니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인 청년은 기존에 받던 생계급여가 줄거나 중단될 수 있다”며 “신청 기간 전에 이를 안내했더니 해당 청년들이 상품권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자2동에서도 기초생활보장수급 청년 10여명 가운데 8명만 신청했다.

성남사랑상품권은 이재명 시장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자기 계발을 통해 취업 역량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청년배당정책에 따라 지급됐다. 올해는 성남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 1만1300여명이 지급 대상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성남사랑상품권도 현금으로 취급되면서 가계 소득에 합산돼 벌어진 일”이라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정부에서 생계 급여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아직까지 상품권을 받지 않기로 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몇 명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권이 현금 소득으로 잡힌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125만원인 4인가구에 속한 청년 김모씨(24)가 있다고 하자. 4인가구가 생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월 기준 소득은 ‘127만3516원 이하’이기 때문에 김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가 된다.

그런데 김씨가 ‘성남사랑상품권’을 받으면 이 가구의 월 소득은 4만1600여원이 늘어난 129만1600여원이 된다. 상품권은 분기마다 12만5000원씩 지급되는데 이를 3으로 나누면 월 소득액에 4만1600여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김씨 가족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제외돼 가구 소득과 기준 소득의 차액만큼 받던 2만3516원의 생계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전화요금과 전기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성남시도 시행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상품권 지급을 앞두고 대상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성남시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수급비 중지 또는 감소’라고 조건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상품권을 못 받더라도 정부 지원을 받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성남사랑상품권이 문제가 되면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도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고 예산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성남시는 무상복지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