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위한 새누리당의 경선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 ‘강남벨트’와 대구·경북(TK) 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친박 비박 진박 친이 등 계파 간, 전·현직 의원 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며 “전략공천은 없다”고 못박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선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 종로에서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천을 두고 승부를 펼친다. 김 대표가 오 전 시장에게 다른 지역 출마를 권유했지만 종로 출마를 고수하면서 뜨거운 경선지역으로 떠올랐다. 박 전 의원은 16~18대 의원을 지낸 지역구 회복을,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정책을 펼친 곳이라는 이유로 종로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 서초·강남·송파지역을 아우르는 ‘강남벨트’는 여당의 계파 간 대리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권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인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맞붙는 서초갑은 친박계와 친유승민계의 대리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김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도전장을 냈다. 조 전 수석은 “지역에서는 그간 선거에서 전략공천으로 내리꽂히는 인사만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거를 치러본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박 브레인’ 강석훈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서초을에는 김 대표와 가까운 정옥임 전 의원과 친이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표밭을 다지고 있다. 유일호 의원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입각해 ‘무주공산’이 된 송파을도 치열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과 김 대표의 지원을 받는 박상헌 정치평론가가 도전장을 낸 가운데 최근 ‘진박’ 인사인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전·현직 의원 간 재대결도 눈길을 끈다. 강남갑에서는 외교안보통 심윤조 의원과 이 지역에서 17·18대 의원을 지낸 이종구 전 의원이 맞붙고 송파갑에서는 박인숙 의원의 재선 가도에 안형환 전 의원, 최형철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이 제동을 걸며 공천경쟁에 나섰다. 양천갑에선 길정우 의원과 신의진 의원(비례대표), 최금락 전 홍보수석,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이 맞붙는다. 경기 분당갑에서는 이종훈 의원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장정은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진실한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고 호소해 ‘물갈이론’이 불 지펴진 대구는 청와대 참모, 내각 출신 인사의 도전이 거세다. 이른바 ‘진박’ 인사들과 현역의원 간 대결 결과가 관심을 끈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의 동을을 비롯해 동갑 류성걸, 중·남구 김희국, 북갑 권은희, 서구 김상훈 의원의 지역에서 각각 이재만 전 동구청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도전장을 냈다. 서상기 의원의 북을에는 주성영 전 의원과 친이계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마를 선언했다.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들 사이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최근 정 전 장관과 윤 전 수석, 곽 전 수석, 추경호 전 실장(대구 달성) 등 6명은 별도로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진박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