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구름의 산책 - 이현승(1973~)
아빠 구름은 어떻게 울어?
나는 구름처럼 우르릉, 우르릉 꽝! 얼굴을 붉히며,

오리는 ?
나는 오리처럼 꽥꽥, 냄새나고,

돼지는 ?
나는 돼지처럼 꿀꿀, 배가 고파.

젖소는 ?
나는 젖소처럼 음메, 가슴이 울렁거린다.

기러기는 ?
나는 기러기처럼 두 팔을 벌리고 기럭기럭,

그럼 돌멩이는 ?
갑자기
돌멩이를 삼킨 듯 울컥, 해졌다.
소리없이 울고 싶어졌다.

아빠, 구름은 우르르꽝 울어요?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창비) 中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보는 눈이 아닌가. 세상을 향해 첫 말을 건네는 아이가 여기 있다. 그 아이의 물음에 아빠는 최선을 다해 답한다.

아이는 “구름이 우르르꽝” 운다는 것이 놀라운가 보다. “얘야, 비구름은 우르르꽝, 맑은 날의 염소구름은 음메에에 운단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서 샘물처럼 피어나는 아이의 작은 말을 들어준다는 것. 그게 부모 아닌가. 아동학대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 때지만, 그래도 아이의 귀가 되어주는 아버지가 더 많다는 걸 안다.

이소연 시인 (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