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격전의 현장을 가다] 쇼핑몰 짓고, 개인 '큰손' 모시고…글로벌운용사, 틈새시장 찾기 안간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0.1%포인트라도 수익률이 높고 유동화가 쉬운 틈새 시장을 찾아내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미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그린오크는 2013년 일본 도쿄 중심부에 있는 업무용 빌딩 3개를 사들였다. 이전까지는 거들떠보지 않던 B등급 오피스였다. 용도변경을 통해 공실률을 낮췄고 작년 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바꾼 뒤 상장해 매각했다. 내부 수익률(IRR)은 53%에 달했다.

그린오크는 글로벌 투자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무기로 리츠를 선택했다. 리츠는 부동산을 주식처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거래하는 것이다. 그린오크가 2012년 2월 결성한 ‘아시아투자1호펀드’는 작년 말 자산을 매각하며 총 32%의 수익률을 거뒀다. 다나베 다카아키 그린오크 상무는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금 회수 여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나중에 되팔기 어려운 호텔이나 상업시설보다는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핵심 지역에 있는 오피스에만 투자한다”며 “리츠로 바꿔 상장하면 비핵심 지역의 B급 물건도 투자금 회수가 쉬워져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에 거점을 둔 거캐피털은 세계 부동산투자부터 개발 프로젝트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부동산전문운용사다. 거캐피털의 차별화 전략은 ‘접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이탈리아 아울렛업체와 합작으로 개발한 중국 ‘플로렌시아 빌리지’ 아울렛 쇼핑몰(사진)이다. 거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케네스 거 대표는 “기존 쇼핑몰 시설에 관광 시설을 접목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홍콩,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PEF)투자회사 RRJ캐피털은 성장성이 높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아시아 지역의 비상장기업에만 투자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연기금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개 펀드에서 고수익을 거두며 단숨에 PEF시장 수익률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현재 자산 규모는 110억달러 정도로, 지난해 45억달러 규모의 세 번째 펀드를 조성했다. 북미 투자자가 몰려 예상보다 10억달러 이상 많은 자금을 모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를 꾸렸다.

유럽의 대표적인 사모펀드 운용사 BC파트너스는 개인 ‘큰손’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찰리 모드 BC파트너스 글로벌 투자자담당 대표는 “최소 투자 규모가 500만유로(약 65억원)인데도 고액 자산가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현진 / 홍콩·싱가포르=안상미 기자 apple@hankyung.com